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했다.
앞서 재무부는 지난해 8월 달러·위안 환율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을 넘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건 1994년 빌 클린턴 정권 때 이후 25년 만이었다.
이날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는 실행 가능한 약속을 했고, 환율 정보 공개에도 동의했다”며 지정 해제 이유를 밝혔다.
이날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이틀 뒤로 다가온 1단계 무역합의문 서명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서명식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15일 오전 11시 30분(한국시간 16일 오전 1시 반)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릴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반기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공표가 평소와 다르게 이뤄졌다. 5월 말에나 상반기 보고서가 제출됐다. 하반기 보고서는 10월이나 11월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무역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를 계속 늦췄다가 이제야 발표한 것이다.
시장은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라는 미국의 우호적인 움직임에 환호했다. 장중 예고 기사가 나오자 뉴욕증시 S&P500지수는 0.7%, 나스닥지수는 1.0% 각각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도 0.3% 상승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꼬리표를 떼면서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는 14일 중국 상하이 역내 시장에서 6.88위안 선으로 치솟으며 지난해 8월 초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과의 환율전쟁을 더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강달러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도 달러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올해는 11월에 대선이 있어 외환시장을 요동시키는 트럼프의 발언이나 돌발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 재무부는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된 국가를 종전의 9개국에서 10개국으로 늘렸다. 중국이 관찰대상국으로 내려갔고, 스위스가 다시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이전과 같았다.
미 재무부는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에 따라 ①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약 23조 원) 이상이거나 ②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일 때, ③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경우 등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 3가지 중 2가지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조건이 한 가지에만 해당해도 최소 1년 이상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5월 ②번 항목에만 해당해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는 것을 기대했으나, 이번에 ①번까지 해당하게 되면서 기대가 꺾이게 됐다. 미 재무부는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의 제외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현 상황을 다음 보고서 때까지 유지하면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했다. 태국과 대만은 다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