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 부스는 신형차 ‘VISION-S’를 보려는 관람객들로 연일 인산인해다. 일반 관람객은 물론 전통차 업계 관계자들의 방문도 줄을 잇는다. 전시장에서 시승해봐야 시동을 걸어보고 내부 인테리어 구경하는 게 전부이지만, 관람객들은 매우 ‘신박하다’는 반응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해 문을 열고,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되는 버튼을 누르면 자체 전방에서부터 문까지 빛이 도미노처럼 달려온다고. 또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는 3개의 디스플레이로 가득 찼는데, 뒷좌석에도 화면이 달렸다고 한다. 운전자가 한 가운데 달린 화면을 통해 네비게이션을 보면 뒷좌석에서는 아이들이 영화를 볼 수 있다. 에어컨 온도도 좌석마다 따로따로 설정할 수 있다.
특히 신경을 쓴 게 음향 시스템이다. 헤드 레스트에 스피커가 내장돼 전방 스피커와 합쳐 360도에서 나오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천장은 유리로 되어 개방감을 주는 등 엔터테인먼트를 아는 소니 특유의 디자인으로 평가된다.
부스를 방문한 독일 아우디 관계자는 “세련된 디자인”이라며 “소니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브랜드이지만, 라이벌이 되면 다시 생각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자업체가 만든 차량임에도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한 미국 자동차 잡지 기자는 “독일 BMW처럼 멋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차는 기존 자동차 업체가 만든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프로토 타입은 강아지 로봇 ‘aibo’ 개발팀이 중심이 되어 제작했다고 한다. 차체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매그너인터내셔널 자회사에 위탁했고, 차량에 들어간 이미지센서 등 33개의 센서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은 모두 소니의 기술이 채용됐다. 사실상 소니의 신기술들을 집대성한 자동차 모양의 진열장인 셈이다.
여기서 소니가 시판 계획도 없는 ‘VISION-S’ 프로토 타입을 내놓은 목적이 엿보인다. 바로 ‘소니의 부활’이다. 브라운관으로 ‘브라운관 TV’ 시대를, ‘워크맨’으로 카세트 플레이어 시대를, ‘VAIO’로 노트북 컴퓨터 시대를 주도했던 소니였지만, 기술의 진화와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후발주자들에 밀려났었다.
이에 침체의 늪에 빠지며 오랫동안 절치부심. 최근 소니는 이미지센서로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VISION-S’는 소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이미지센서와 음향, 영상에 의한 차내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갖춘 정보기·술(IT)과 엔터테인먼트 양면에서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다.
‘VISION-S’를 접한 언론들은 “오랜만에 ‘소니다움’을 느끼게 하는 제품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VISION-S’ 개발을 주도한 소니의 요시다 겐이치로 사장은 자신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에 ‘뭔가 움직이는 것을 만들자’고 다짐한 게 계기가 돼 ‘VISION-S’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2년 전 강아지 로봇인 ‘aibo’ 팀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는 것. 개발에 참여한 니시카와 이즈미 이사는 “자동차는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데서 착안했다”며 “소니가 제공해온 사용자 경험치를 자동차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소니가 바꾼 건 또 있다. 구조 조정 등의 구조 개혁으로 수익성이 회복되면서 2019년 3월에 끝난 2018회계연도까지 2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소니가 자율주행차를 선보인 것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가 완성차 업체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게 됐다는 증거라며 연내 도로 주행 시험이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