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차 판매가 2년 연속 감소한데다가 돌파구도 뚜렷하지 않아 자동차업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9년 세계적으로 신차 판매가 2년 연속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 이후 첫 2년 연속 판매 감소다.
국제자동차공업연합회(OICA)은 2019년 1~11월 중국·미국 ·유럽· 일본· 인도 ·브라질· 한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6개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신차 판매량이 총 726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의 0.6% 감소에 이은 2년 연속 감소다. 이들 시장은 세계에서 비중이 80%를 넘는다.
이번 부진이 금융위기 때보다 더 뼈아픈 이유는 구원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일본·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수요가 급감하면서 신차 판매가 감소했지만 중국 등 신흥국이 버텨주면서 그나마 낙폭을 줄였다.
그러나 당시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신흥 강자들이 이번에는 흔들리면서 신차 판매 감소세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4위 인도가 경기둔화로 판매가 급감한 탓에 세계 수요를 끌어올릴 시장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의 지난해 1~11월 신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여파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고용 불안 및 실질 임금 하락이 이어진 탓이다.
중국시장에서 저가 브랜드는 물론이고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업체들도 고전했다. 시장 위축 압박으로 일본 자동차회사 스즈키가 중국 합작회사에 지분을 모두 넘기고 철수하기도 했다. 프랑스 완성차업체 푸조·시트로엥(PSA)도 현지 고급차 브랜드 합작회사 지분 50%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기간 인도에서 신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14% 급감한 351만 대에 불과했다. 금융기관의 경영 위기로 인한 신용 경색 등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신흥시장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계 2위 시장인 미국의 신차 판매는 1551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작년 7월 이후 기준금리 인하로 자동차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판매세가 회복됐지만 상반기 침체 여파가 컸다.
일본은 전년보다 0.7% 감소했으며 유럽은 전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프랑크 비터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장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고 한탄했다.
올해 전망도 어렵다는 평가다. 경기침체 우려가 큰 중국은 신차 판매가 전년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유럽 승용차 판매가 작년보다 2% 줄어들고 전 세계 판매는 1% 줄어든 7890만 대로,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잿빛 전망에 자동차업계는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을 절감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독일 다임러는 2022년 말까지 글로벌 인력 1만 명을 감원할 계획이고 아우디도 2025년까지 직원 10%를 줄일 예정이다. GM은 공장 7곳 폐쇄와 1만4000명 감원을 추진한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1만2000명, 일본 닛산은 1만2500명을 각각 해고할 방침이다. 한편 PSA와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는 합병에 나서는 등 업계 재편도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