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이다. 누를수록 더 솟아오른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3년 동안 40% 급등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24만여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다(부동산114 분석). 평균 거래가격이 2017년 상반기 5억8524만 원에서 올 하반기 8억2376만 원으로 40.8% 뛰었다. 서울 인기 단지 아파트값이 평당 1억 원을 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그동안 쏟아진 부동산 안정조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세 강화,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 등 2017년의 ‘6·19 대책’과 ‘8·2 대책’ 이후, 작년 종합부동산세 중과, 대출규제 강화, 청약 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안전진단 강화 조치가 시행됐다. 올해 다시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등으로 이어졌고, 강도가 더 세진 이번 대책도 “집 가진 사람 빨리 팔라”는 처방이다.
착각이다. 그동안 대책이 쏟아질 때마다 시장은 잠시 멈칫거리는 듯하다가 다시 튀어 올랐다. 정부의 집값 잡는 대책이 가격 폭등의 불쏘시개가 되는 역효과만 키웠다. 서울 강남 지역을 표적으로 삼은 초강력 규제는 이곳 집값이 더 오른다는 신호라고 시장은 비웃는다. 서울 주택시장은 정부 정책과 거꾸로 가는 게 이득이라는 불신의 경험칙(經驗則)이 지배한다.
부동산에 있어 역대 최악의 정부라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 대책은 수요가 넘치는 곳의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한 재건축·재개발을 막고, 집 사기 위한 대출을 조이고, 집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잔뜩 물려 공급과 수요를 함께 찍어 누르는 데 집중됐다.
이 같은 전방위 규제는 모두 반(反)시장적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복수다. 돈은 이윤동기(profit motive)를 좇아 시장을 움직인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거나, 개인이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억눌러도 강남 아파트값이 오르는 이유는, 그 규제의 비용을 치르고도 이익이 남는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빚을 내가며 돈 싸들고 몰려드는 까닭이다. 생활 편의, 교육 여건, 미래 재산 가치 등에서 그들의 합리적 선택인 논거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유독 부동산은 ‘투기(投機)’로 죄악시한다.
부동산 대책은 늘 ‘투기와의 전쟁’이다. 이 오도(誤導)된 관념이 시장을 왜곡하는 규제의 근원이고, 정책을 실패로 이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기승을 부린다 해도, 시장의 큰 흐름은 그들보다 훨씬 많은 실수요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금 장기 저금리로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1000조 원을 넘는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경기가 엉망이니 부동산 말고 돈이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잇따른 규제로 수요 많은 곳의 공급은 쪼그라들 게 뻔해 보인다.
집값이 안 오르면 이상하다. 그걸 막겠다고 애써봤자 헛심 쓰는 꼴이다. 집값 거품에 대한 경고도 먹히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 말 듣고 집 팔았다가 땅 치고 후회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관료들이 책상머리에서 만드는 대책으론, 시장의 생리를 속속들이 알고, 더 잘 예측하고, 더 나은 이익을 향해 움직이는 돈의 본능을 이길 수 없다. 시장과 싸우면 반드시 지는 이유다. 여기에 정부가 갑자기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을 폐지하고 대학 정시모집을 확대하겠다며 ‘8학군’의 강남 수요를 부추기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이르면 뒤죽박죽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집값이 안정적”이라며,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인구가 줄고 돈이 빠져나가는 지방은 자꾸 내리고, 반대로 서울 집값은 너무 오르는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엉뚱한 얘기에 국민들은 어이없어 한다. 시장과 거꾸로 가는 더 센 규제는 시장의 반발 강도만 더 키울 것이다. 공급 감소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이다. 정부의 잘못된 개입은 시장을 더 엉망으로 몰아간다. 수요와 공급 원리로 시장이 흘러가도록 차라리 가만 내버려 두는 게 낫다. kunn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