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어버스와 더불어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로 꼽히는 보잉이 2건의 추락사고를 일으킨 ‘737맥스’ 기종에 대해 결국 특단의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항공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보잉이 운항 재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737맥스 기종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보잉 이사회는 이날 시카고에서 737맥스와 관련한 회의를 시작했다. 이미 경영진 내부에서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생산을 추가로 줄이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앞서 보잉은 4월 737맥스 기종 생산을 약 20% 감산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보잉이 이르면 16일 결론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보잉 내부에서 생산 중단이나 축소 의견이 강해지는 것은 737맥스의 연내 운항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WSJ는 지난 12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내년 2월 이후에나 추락사고 원인으로 간주된 737맥스 기종의 비행통제시스템 개선 방안과 관련 조종사 훈련 방법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잉은 지난달 초 FAA가 이달 중순 비행금지령을 해제하고 내년 1월 관련 조종사 훈련을 승인, 미국 항공사들이 3월 737맥스 운항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FAA가 보잉 계획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737맥스 생산 중단이나 축소가 보잉은 물론 항공사들, 더 나아가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획대로 진행되면 보잉은 고정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 전반에 대규모 감원이나 일시적 해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항공사들도 800대가 넘는 비행기의 운항 중단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10월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가 추락한 데 이어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비극이 재연돼 두 차례의 사고로 총 34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나자 글로벌 항공당국이 일제히 사고 기종인 737맥스 운항을 중단시켰다.
보잉은 운항 중단에 따른 생산 지연 등으로 이미 생산비 부문에서만 36억 달러(약 4조2178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또 추락사고에 대한 고객 배상비용으로 61억 달러를 책정한 상태다.
이런 생산 차질은 이미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737맥스 공급망에는 약 600개 주요 하청업체와 이들을 뒷받침하는 수백 개사의 하도급 업체들이 있는데 이들도 모두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보잉은 지난 4월 737맥스 생산량을 월 52대에서 42대로 줄였다. 당초 보잉은 내년 말께 생산량을 월 57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생산 정상화까지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