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조 원에 달하는 적자에 신음하던 LG디스플레이가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무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대한항공 역시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6년 만에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어려움에도 꿋꿋하게 버텨오던 국내 주요 기업들이 결국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제를 시행하면서 퇴직 조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로금은 물론 학자금, 전직 컨설팅 등 퇴사 후 지원되는 혜택들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미ㆍ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보이콧 재팬 여파로 유례없는 침체국면에 빠져 있는 항공업계는 올 들어 대형항공사(FSC) 두 곳 모두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업종 특성상 운항승무원, 해외근무 직원 등은 퇴직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 매각을 발표한 직후인 5월에 이미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2년치 연봉, 2년간 자녀 학자금을 비롯해 이직을 위한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도 제공했다.
대한항공은 3분기 국적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최근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내년에도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판단이다. 신청자들은 퇴직금과 2년치 월급, 최대 4년간 자녀의 고교, 대학교 학자금을 받게 된다. 학자금 지원 조건이 아시아나항공보다 2년 길다.
올 들어 실적 부진으로 상당수 계열사들이 경영 정상화의 고삐를 죈 그룹 중 한 곳이 LG다. 최근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의 80% 차지하는 LCD 분야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을 지난달 실시했다.
회사가 어렵다 보니, 근속 5년 차 이상이면 신청 가능하며 기본급의 26개월치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되 다른 혜택은 없다.
LG디스플레이의 LCD와 맞물려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영위하는 LG이노텍 역시 실적 악화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경기도 파주 LED 사업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기본급 30개월치와 위로금 1200만 원 외에 퇴직 후 혜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리스크로 신음하는 자동차 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르노삼성은 9월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닛산의 신형 캐시카이 유치에 실패하며 생산물량 자체가 없어지자 신청 기간을 늘렸다.
위로금으로 퇴직금과 36개월치 기본급에 퇴직 후 대학생 자녀 500만 원, 재취업 프로그램(뉴스타트) 등의 혜택도 마련했지만, 신청자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말 군산공장 폐쇄 당시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감행한 한국지엠은 상시 희망퇴직을 접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청자 위로금과 사후 복지는 36개월치 연봉과 2년간의 자녀 학자금 지원이었다.
이외에도 현대제철은 이달 들어 만 53세 이상 사무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3년치 기본급과 성과급, 일시적 위로금 250만 원을 지급하며 자녀 1인당 1000만 원의 교육비도 사후 지원한다.
2016년부터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해 온 삼성중공업의 조건은 다소 특이하다. 연령별로 위로금을 9500만~1억8000만 원으로 차등 지급하며 신청자들이 재취업 또는 창업 시 1000만 원을 지원한다.
재계 관계자는 “업황, 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악화된 기업들은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조직슬림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면서 “올 들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기업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국내 기업 814곳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업 5곳 중 1곳은 구조조정 등으로 직원을 줄였으며, 구조조정 대상으로는 ‘희망 퇴직자(23%)’가 1순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