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조합은 6일 조합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었다. 지난달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시공사 재입찰을 권고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정하기 위해서다.
한 시간여 회의 끝에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시공사 재입찰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1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해 열기로 했던 총회도 연기하기로 했다. 조합은 곧 대의원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용산구 한남ㆍ보광동 일대 38만6400㎡에 아파트 581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한남3구역의 추정 공사비가 1조8880억 원으로, 지금까지 한국에서 진행된 재개발 사업 중 가장 많다.
그동안 부동산 업계에선 한남3구역 조합이 기존 입찰 진행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달 28일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도 조합원 다수가 서울시ㆍ국토부 지적 사항만 시정하고 기존 입찰을 진행할 것을 지지했다. 사업 속도를 늦추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조합 집행부가 재입찰을 결정한 데는 서울시와 국토부의 압박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26일 “조합에서 (재입찰 등 시정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정법 위반으로 조합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재개발에 필요한 여러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와 정면 충돌하면 사업이 불필요하게 늘어질 수 있다는 점도 조합의 우려였다. 김 기획관은 이날 조합 결정에 관해 "서울시의 권고를 받아들였으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재입찰이 확정되면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입찰 공고와 사업 설명회 등 시공사 선정에 필요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도 사업 수주에 필요한 제안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조합에선 시공사가 확정되기까지 5~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조합원 가운데 일부는 조합 집행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사회 중 조합을 찾은 한 조합원은 "재입찰은 절대 안 된다"며 "수정 입찰을 해서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불평했다.
이제 부동산 업계의 관심은 기존 입찰에 응한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3사의 재응찰 여부에 쏠리고 있다. 시공 능력과 자금력을 두루 갖춘 '빅 3' 가운데서 시공사가 선정돼야 한다는 게 조합원들의 중론이다.
한남3구역의 임원 A씨는 "3사 입찰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다른 임원 B씨는 "당연히 3사가 다시 응찰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 기획관은 "3사의 입찰 자격은 조합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재입찰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