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와 시장을 지원하고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지표는 오히려 당분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미국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는 연율 2.1%로, 한 달 전 발표된 속보치 1.9%와 같을 것이라던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재고와 기업투자 지표가 속보치보다 상향 조정되면서 전체 GDP 증가율을 끌어올렸다. 재고는 지난 3분기 GDP 증가율에 0.17%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 속보치의 마이너스(-) 0.05%포인트 기여에서 플러스로 반등했다. 기업 설비투자는 2.7% 감소로 나타났지만 이는 속보치의 3.0% 감소에서는 개선된 것이다.
개인소비지출(PCE)은 2.9% 증가로 속보치와 같았다. 기업의 투자가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견실한 소비가 성장세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날 나온 다른 지표는 더욱 고무적이었다. 상무부가 집계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3% 증가해 9월의 0.2%보다 개선된 것은 물론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항공기와 방위산업 제품을 제외한 내구재인 핵심 자본재 수주는 전월 대비 1.2% 늘어났다. 이는 1월 이후 9개월 만의 최대폭 증가다. GDP 산정 시 기업 설비투자 측정 지표로 활용되는 핵심 자본재 출하는 전월보다 0.8% 늘어나 역시 1월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의 손성원 교수는 “미국 경제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Goldilocks)’ 상황에 있다”며 “우리는 좋은 속도로 항해하고 있다. 이를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들은 “우리는 앞으로 수개월간 미국 경제성장률이 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지표는 4분기 경기둔화가 우리가 우려했던 만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지표 호조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일제히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연준의 미국 경제에 대한 판단도 더욱 낙관적으로 변했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베이지북은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Modestly)’ 확장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달의 “미국 경제가 ‘다소 미약하게(Slight-to-moderate)’ 확장했다”에서 경기판단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베이지북은 연준 산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의 경기판단을 종합한 보고서다.
이번 베이지북은 연준이 12월 10~11일 개최하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다만 금리를 마이너스로 공격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