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 된 ‘물의 도시’ 베네치아...이탈리아 정부, ‘국가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9-11-15 14:58 수정 2019-11-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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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왼쪽 세 번째)가 14일(현지시간) 물에 잠긴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의 물길을 헤치고 걷고 있다. 이곳은 50여년만의 최악의 홍수로 80% 이상이 물에 잠겼다. 베네치아/AP연합뉴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왼쪽 세 번째)가 14일(현지시간) 물에 잠긴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의 물길을 헤치고 걷고 있다. 이곳은 50여년만의 최악의 홍수로 80% 이상이 물에 잠겼다. 베네치아/AP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14일(현지시간) ‘물의 도시’로 알려진 북부 베네치아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50여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최고 수위가 187cm에 달하는 등 도시의 80% 이상이 침수된 까닭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서두를 방침이지만,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역사적 건축물이나 호텔 등 관광 산업에 타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14일 밤 열린 국무회의에서 베네치아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즉각 2000만 유로(약 257억 원)의 재정 지원을 승인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현지를 시찰한 후 “이탈리아 심장부가 충격을 받았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베네치아에서는 호우 등 악천후가 계속된 영향으로 12~13일 기록적인 해일이 발생해 최고 수위가 187cm에 달했다. 이는1966년(194cm)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위다. 관광 명소인 산마르코광장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침수됐고, 산마르코 대성당은 지하까지 완전히 잠겨 기둥 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베네치아의 루이지 브루냐로 시장은 “기후 변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피해는 수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인기 관광지 침수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광객과 시민이 밖으로 나와 물에 잠긴 거리를 사진으로 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수영을 즐겨 눈길을 끌었다.

▲물에 잠긴 산마르코광장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 로이터연합뉴스
▲물에 잠긴 산마르코광장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감전 등으로 적어도 2명이 사망했다. 앞으로 며칠 간 불안정한 날씨가 계속될 것이어서 피해는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

지역 카페와 레스토랑 외부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이 물에 둥둥 떠다니고, 매장 내에서는 직원들이 물에 젖은 제품을 건지느라 애를 먹고 있다. 한 직원은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에 “베네치아는 붕괴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수상버스 3대가 침몰했고, 많은 보트가 해안가로 떠밀려왔다고 한다.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베네치아는 1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베네치아만의 갯벌(베네타 포구)에 만들어진 도시로 해발이 낮아 매년 침수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 사이 계절풍 등의 영향으로 해일이 발생해 침수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특히 산마르크 대성당은 1200년 역사 중 여섯 번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 중 이번을 포함한 네 차례의 침수는 최근 20년 사이에 발생했다.

최근에는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수위 상승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베네치아에서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2003년부터 간이 방파제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비리와 건설비 상승으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모세 프로젝트’로 이름붙여진 침수대책계획은 해수면 상승과 겨울철 폭풍 시 장벽 또는 수문이 해저에서 솟아올라 도시를 방어하는 것으로, 2013년 이뤄진 첫 실험에서 성공을 거뒀다. 조만간 최종 실험을 거쳐 2021년 말께 베네치아 시의회로 납품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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