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그리스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항만과 에너지, 농업, 여행 등의 부문에서 16개의 경제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시 주석의 그리스 방문은 지난주 미초타키스 총리가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두 사람은 이날 아테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이 운영권을 쥐고 있는 그리스 피레우스항을 함께 시찰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16개 경제협력 계약 중에는 지난 2016년 피레우스항 운영권을 손에 넣은 코스코가 총 6억6000만 유로(약 8500억 원)를 투자해 이 항구를 확장한다는 양해각서(MOU)도 포함됐다.
이번 투자로 피레우스항에 대한 코스코 지분은 기존의 51%에서 67%로 높아지게 된다.
시 주석은 “피레우스항 수송 능력을 높여 중국과 유럽을 잇는 육해 물류 능력을 확대하고 싶다”며 “이 항만의 발전은 일대일로 성공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피레우스항은 일대일로에서 유럽의 관문이 되는 중요한 거점으로 최근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중해의 요충지인 만큼 미국은 군사적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 주석이 유럽의 소국인 그리스를 2박 3일이라는 이례적으로 길게 방문하는 등 중국은 그리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도 “중국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정학적으로, 경제와 정치적으로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환영했다.
그리스 본토와 크레타섬을 잇는 전력망 정비 검토와 그리스산 농산물의 대중국 수출 절차 확립, 문화 교류 확대, 국영 중국은행(BOC)과 공상은행의 그리스 진출 등도 경제협력에 포함됐다.
그리스는 지난 2010년 재정위기에 빠지고 나서 국내총생산(GDP)이 위기 이전의 4분의 3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리스는 미국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지만 외국인 투자가 침체하고 있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그리스를 중시하는 중국의 압도적인 자금력을 무시할 상황이 아니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좌파 정권을 퇴진시키고 탄생한 중도 우파인 미초타키스 정권은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의 경제 협력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