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7일(현지시간) 한국의 부품·소재 국산화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역사가 있다며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반도체 소재 수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한국이 중요한 기술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재차 부각됐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LG디스플레이는 일본 수출 규제 대상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100% 국산화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일본 의존에서 탈피하는 것이라며 환영하는 논평이 잇따라 나왔지만 닛케이는 실상은 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제조 공정에서 사용한 재료는 저순도 불화수소로 이 또한 일본산이다. 즉 가공을 한국으로 전환했다는 의미에서는 ‘국산화’지만 원재료는 여전히 일제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일본에 의존하는 100개 품목을 전략 품목으로 선정하고 5년 이내에 ‘탈일본’을 목표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매년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일본이 수출 통제를 강화한 3개 소재를 포함, 총 20개 품목은 1년 이내 국산화하거나 일본 이외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미 비슷한 정책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4차례에 걸쳐 발표됐으며 올해 나온 정책도 예산 규모나 대상 품목에서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이 부품·소재 국산화를 내세울 때는 항상 일본과의 긴장 고조가 있었다. 예를 들어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2차 계획을 발표했을 때에는 대일 무역적자 축소가 큰 정치과제였다. 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위안부 문제로 대일 관계가 악화하고 있었다.
한국의 지난해 부품·소재 대일 무역적자는 151억 달러(약 17조4500억 원)로, 정점에 달했던 2010년의 242억 달러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일본 의존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한 우리나라 전기 대기업 임원은 국산화가 좀처럼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일본산이 품질과 가격, 납기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도 만들려고 하면 어떻게든 생산할 수 있지만 수율이 나쁘거나 비싸 채택하기가 어렵다. 가격과 납기도 품질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구·개발(R&D)과 제품화 사이에는 ‘죽음의 계곡’이라는 높은 장애물이 있다. 이를 넘기는 어렵다”며 “생산기술 프로세스에서 일본이 앞서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려 해도 잘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신문은 문재인 정부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재벌을 끌어들여 이번에야말로 국산화를 달성하려 하지만 대기업들의 본심은 일본 업체와의 거래 지속에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