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지난주 연차 회의 참석 차 워싱턴에 집결한 세계 주요국 경제수장들은 인터뷰와 공개 연설 등을 통해 무역 불확실성이 갖는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IMF는 연차 총회 기간인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런 불안의 주범은 역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었다. IMF는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에서 스위스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의 관세전쟁 격화는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투자를 줄이며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와 내년 전 세계 GDP에서 7000억 달러(약 827조 원)가 사라질 전망이다. 퍼센트로 계산하면 약 0.8%포인트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신임 총재는 이번 연차 총회에서 189개 회원국이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각국 정부가 교육 개선, 규제 장벽 완화, 부패 방지 등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할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우리는 세계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우리의 메시지는 무역의 미래에 대한 명확하고 지속 가능한 협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워싱턴에 모인 세계 경제 관련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는 미중이 무역전쟁을 멈출지에 대한 회의론이 컸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이탈리아의 이그나치오 비스코 총재는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제기됐던 문제들이 되풀이되는 것 같다”며 “심사숙고와 협력을 통해 도출된 전략이나 행동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중국 칭화대학교의 주민 국가금융연구원장은 “워싱턴 정가는 날씨처럼 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한다”며 “미중이 단기적으로 지속적인 무역협정에 서명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 원장은 IMF 부총재를 역임했다.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적 영향의 약 4분의 3은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 약화와 투자 감소 등 간접적인 것이라며 이에 무역전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관세 철회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이 미중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워싱턴에 모인 정책 결정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제품에 75억 달러 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비록 새로운 대EU 관세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도 이는 미국과 EU 사이에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머리에 총이 겨눠져 있다면 보복을 취할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매일같이 위협을 거론하는 정치에 진저리가 난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유럽 수출이 중국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이런 분쟁은 미중 무역전쟁보다 경제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