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바다 위에서 생활했지요."
지난 11일 망망대해를 항해 중인 현대상선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블레싱호'에서 이투데이 기자와 만난 김종대<사진> 선장의 화려한 이력이다. 이 정도면 '집보다 선상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한 후, 현대상선과 연을 맺고 20년 이상 항해생활을 해 온 베테랑급 선장인 그에게 배는 '24시간 함께하는 직장이자 집'이다.
김 선장은 23년간 자동차선, 유조선, 벌크선에 이어 컨테이너선까지 다양한 선박의 승선 경험을 했으며, 현재는 길이만 무려 330m에 달하는 HMM블레싱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남미 동안 노선에 투입된 HMM블레싱호는 김종대 선장을 비롯해 총 23명의 선원들이 77일간의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한번 항해를 시작하면 수개월 간 집을 떠나있어야 하는 김 선장은 "일반 직장인과 조금 다른 삶을 살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서 "가족들과 오랜기간 떨어져 있는 만큼, 항해가 끝나면 또 수개월간 함께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배 위에서는 선원들이 또 다른 가족이자 동료가 된다. HMM블레싱호는 23명의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1~3등 항해사들이 화물, 항해, 장비보수 및 안전을 책임지며 24시간 교대로 근무한다. 김 선장은 디들에게 주요 업무를 위임하지만 항시 배의 안전을 예의주시하며 전체적으로 운항을 컨트롤한다.
특히 김 선장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은 배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브릿지(조종실)로 배의 항로를 좌지우지하는 중심부다.
김 선장은 이 곳에서 여러 개의 모니터를 예의 주시하며 출입항 시 곳곳에 보이는 수많은 배들, 수심, 날씨 등을 수시로 체크한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배들이 항로를 막으며 시야에 들어오면, 충돌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미세하게 각도를 조절하며 방향을 잡아야 한다.
아울러 김 선장은 운항 중은 물론 기나긴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도 안전을 위해 면밀하게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항 전 반드시 체크해야할 것 중 하나로 '감항성'을 강조했다. 감항성은 출ㆍ도착시 그 어떤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능력 여부를 의미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는 복원성을 갖췄는지, 배의 운항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 준비됐는지, 충분한 연료를 확보했는지, 선원들이 생활할 수 있는 식수, 음식이 갖춰졌는지 등을 하나하나 살펴봐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운항 요건을 갖추고 대만에서 출발해 중국 상해와 닝보를 거쳐 지난 12일 부산 신항에서 화물을 추가로 실은 HMM블레싱호는 현재 멕시코로 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