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아동성범죄 혐의로 수감됐다가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인정하고 이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엡스타인과 만난 것을 후회한다”면서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게이츠 대변인은 “게이츠가 엡스타인과 만나 자선사업 관련한 논의를 했다”며 “그러나 엡스타인의 구상이 합법적이지 않으며 게이츠와 재단의 가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연락을 끊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미 언론은 게이츠와 엡스타인이 매우 가까운 관계였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게이츠가 엡스타인의 부탁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에 200만 달러(약 23억7000만 원)를 기부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게이츠는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엡스타인과 사업 관계를 맺은 적이 없으며, 그의 파티에 참석하거나 사적인 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뉴욕타임스(NYT)가 두 사람의 친분 관계를 보여주는 내용과 사진을 내보내면서 게이츠가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NYT는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게이츠와 엡스타인이 수차례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엡스타인의 저택에서도 최소 세 번 만났으며 그 중 한 번은 밤 늦게까지 머물렀다고 전했다. NYT는 빌 게이츠가 엡스타인을 자선사업 파트너로 고려했다면서 빌 게이츠 재단 관계자가 여러 차례 엡스타인의 저택에 방문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엡스타인이 세계 유력 인사들과 맺은 인연이 세간의 주목을 받긴 했지만 여기에 게이츠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심지어 NYT에 따르면 게이츠가 엡스타인과 처음 만난 2011년은 엡스타인이 아동성범죄로 징역 13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한 뒤였다.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금융계 거물인 엡스타인은 올해 중반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됐다가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생전에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관리를 하며 탈세 등으로 재산을 모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를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초호화 인맥으로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