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이 2016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금융완화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AS는 이날 반기 통화정책 성명에서 싱가포르달러 명목 실효환율(NEER) 정책밴드 기울기를 종전의 완만하고 점진적인 경로에서 ‘소폭(Slightly)’ 낮춘다고 발표했다. NEER 정책밴드 폭과 중앙값은 종전 수준을 유지했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MAS는 환율밴드를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주요 통화정책 도구로 쓴다. 기울기를 낮추면 금융완화에 나서는 것이고 높이면 긴축정책을 취하는 것이다. MAS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기울기를 낮추지 않았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춰 두 차례 기울기를 상향 조정했다.
DBS의 필립 위 환율 투자전략가는 “이날 조치로 싱가포르 환율 정책밴드 기울기는 종전의 1.0%에서 0.5%로 낮아지게 됐다”며 “미국과 중국이 지난주 부분적 무역합의를 했지만 무역전쟁이 끝나지는 않았다. 단지 그들은 당장 부과할 관세를 유예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MAS는 성명에서 “정책 스탠스에 대한 이런 조정은 현재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중기적인 인플레이션 안정성과 일치한다”며 “내년에는 싱가포르 경제성장이 완만한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지만 생산량은 잠재적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앞으로 수분기 동안 역사적인 평균치보다 아래 수준을 유지하고 중기적으로는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MAS는 근원 CPI 상승률이 올해 목표 범위인 1~2%의 하단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평균 0.5~1.5%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싱가포르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해 2분기의 마이너스에서 가까스로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는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예상치인 1.2%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0.1% 증가해 2분기와 같았다.
미즈호은행 싱가포르 지사의 비슈누 바라탄 경제·전략 부문 대표는 “GDP 수치가 비록 기술적인 경기침체를 벗어났지만 고무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제조업 부문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경제전망이 우울하지는 않더라도 좋게 봐줘야 흐릿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