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 실물 경제까지 휘청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전쟁을 선언하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연합(EU)이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에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세계무역기구(WTO) 판결 후속 조치로, EU 항공기와 농산물 및 공산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8일부터 EU 항공기에 10%, 농산물과 공산품 등 다른 제품엔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 관세 부과 품목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치즈와 올리브, 위스키는 물론 항공기와 헬기 등이 포함될 전망이라고 WSJ는 전했다.
지난달 14일 WTO는 EU가 1968년부터 2006년까지 에어버스에 18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정, 이날 미국이 연간 75억 달러 규모의 EU 제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USTR는 “WTO 결정은 최대 100% 관세 부과를 허용했지만 EU와 15년간 지속된 이 논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관세율을 이 정도 선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2004년 EU의 보조금 지급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제소했고 이후 15년간 EU와 공방을 벌여왔다.
EU도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EU는 미국 항공사 보잉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 지급이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한 상태다. 이에 대한 WTO 판결은 내년 초 나올 전망이다.
WTO가 EU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EU도 보복 관세 부과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징벌적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의 관세 폭탄은 근시안적이고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유럽의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에 이어 미EU 간 무역전쟁도 격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는 더 부담을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유럽을 상대로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해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유럽산 강철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에 나섰고, 유럽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