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렌터카 임차인이 자살이 아닌 이유로 계약 기간 중 사망할 경우, 계약 중도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임차인 사망으로 해지된 자동차 임대차 계약의 위약금 환급 요구 사건에서 임차인의 사망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초기비용 부담이 적고 유지·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에 따라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3~2017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장기렌터카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71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총 1729건에 달했다.
‘임차인 사망으로 인한 위약금 환급’ 관련한 이번 사건은 임차인 A씨가 원인 불명의 사유로 사망하자 장기렌터카 업체 B사는 남은 계약기간에 대한 사용료를 환급하는 과정에서 계약 중도 해지 명분으로 위약금을 공제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귀책 사유 없이 계약이 해지됐기 때문에 위약금 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렌터카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고, 이에 따른 위약금을 청구했으므로 A씨 유족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자동차대여표준약관은 고객의 사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고객은 잔여기간 대여요금의 10% 상당액을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A씨가 원인 불명으로 사망했고, 이를 사망자의 귀책사유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의 사정에 따라 위약금을 청구하도록 규정한 B사의 약관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므로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자동차대여표준약관’은 `임차기간 중 천재지변 등 기타 불가항력 사유로 고객이 렌터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여계약은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A씨의 `사망'이 `기타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되므로 렌터카업체에 위약금을 지급할 이유 없다고 결정했다.
소비자원 측은 “이번 조정결정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된 약관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렌터카업계의 관행에 제동을 걸어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영업행태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정결정을 내림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