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허리인 과장급(3~4급·행시 출신) 공무원들의 퇴직이 줄을 잇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민간 기업행을 택한 것이다.
29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보급과 B 과장(4급·서기관)은 올해 4월 사표를 낸 뒤 지난달 대기업에 입사했다.
B 과장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산업부 과장급 공무원 중도퇴사자(명예퇴직·의원면직)는 7명이다.
지난달에는 자유무역협정협상총괄과 C 과장(서기관)이 이직했으며, 기계로봇과 D 과장(3급·부이사관)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K사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부뿐만이 아니다. 올해 1~9월 국토부에서 11명, 농림부에서 5명, 중기부에서 5명이 공직을 떠났다.
보건복지부에서도 퇴사자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정책 등을 담당했던 E 서기관(의사 출신)은 모 병원장으로 가기 위해 지난달 말 사직서를 냈다. 사회서비스정책과 F 과장도 최근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으로 이직했다. 환경부 산하 지방청인 한강유역환경청에서 일해온 G 환경관리국장(본부 과장급)은 올해 초 자동차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퇴사가 줄을 잇는 것은 인사 적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중앙정부 3~4급 공무원(일반직) 수는 7029명이다. 이 중 고위공무원(1~2급)은 1064명이다. 그만큼 3~4급 공무원의 승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승진 대상에 오르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고위직 자리가 한정돼 있다 보니 과장급 공무원들이 위로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며 “동기 또는 후배 중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한 자가 있을 경우 승진에 뒤처지고 있다는 자괴감에 퇴사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민간 기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퇴직자들도 있다”며 “연차가 대개 20년이 넘는 과장급 공무원은 공무원연금 대상자로 노후를 보장받기 때문에 공무원 월급보다 돈을 많이 주는 대기업 등으로의 이직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잦은 야근과 격무, 부당한 지방 좌천에 따른 불만 등도 퇴사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한다.
중견 공무원인 과장급 인사들이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큰 손실인 만큼 인사 적체 해소와 적정한 보상 등을 위한 당근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