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최종 합의하고 이날 확인 문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가에 있어서 승리다”, 아베 총리는 “서로 윈-윈(Win-Win)하는 합의”라고 각각 말하는 등 두 정상은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양국이 도달한 것은 제한적인 ‘미니 합의’에 불과하다며 양국은 협상이 시작된 1년 전부터 조기에 성과를 내고자 부분적 합의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미니 합의’는 성과를 서두르는 트럼프 정권에 안성맞춤이지만 다자간 틀에 근거한 세계무역 규칙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거나 삭감해 약 70억 달러(약 8조3900억 원)에 달하는 농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게 됐다.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밀, 치즈, 옥수수, 와인 등이 관세 철폐나 인하 대상이 됐다. 이미 52억 달러어치 농산물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 상황이어서 일본에 수출되는 미국산 농산물의 90%가 혜택을 보게 된다.
반대급부로 미국은 녹차 등 일본산 농산물의 관세 인하는 물론 공산품에 대해서도 일부 기계와 자전거 등의 관세를 줄이기로 했다.
다만 일본은 그토록 원했던 자동차와 관련 부품의 대미국 수출 관세 면제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대신 합의문에는 ‘추가 협상에 의한 관세 철폐’라는 문구가 명기됐으며, 미국은 협정 이행 중 일본산 자동차·부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스가와라 준이치 수석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미국은 자동차, 일본은 쌀 등 서로 민감한 품목을 협상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등 속도를 중시했다”며 “그 결과 합의는 내용적으로 한정적이며 첫 단계에서 양국은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일본은 보유 카드를 잃어버린 가운데 미국에 자동차 관세 철폐나 232조가 발동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며 “둘째 단계는 일본에 상당히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이번 합의로 만성적인 대일본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뒤집어 말하면 트럼프는 여전히 대일 무역적자에 구애받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음으로 양으로 포함된 대미 수출 수량 제한이나 환율 절하 견제 조항 등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는 미국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몇 달 후 추가 협상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서비스 분야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재검토 등을 일본에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