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돼지고기 사육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국 양돈장에서 사육 두수가 40% 가까이 감소했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폭등하고 육류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세계적인 육류 공급 압박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도 파문이 일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달에도 돼지고기 등 육류 수입이 두 자릿수의 급증세를 이어갔다. 중국 세관 격인 해관총서가 이날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8월 돼지고기 수입은 16만2935t으로 전월의 18만2227t에서 감소했다. 그러나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무려 76% 급증한 것이다. 올 들어 8월까지 돼지고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0.4% 늘어난 116만 t에 달했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약 50% 급등한 상태다. 이에 중국 당국은 일부 돼지고기 공급을 배급제로 돌리는 한편 닭고기나 쇠고기 등을 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결국 다른 육류 수입도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달 쇠고기 수입은 전년보다 32% 늘어난 13만619t에 달했으며 1~8월 수입량은 98만334t으로 54% 급증했다. 닭고기 수입은 8월에 51% 증가한 6만7074t을, 1~8월은 48% 늘어난 48만3743t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해외 주요 육류 수출업체는 호황이지만 각국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에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게 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육류가격지수는 연초부터 10% 상승해 2015년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적인 쇠고기 생산국이지만 가격 상승에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사람이 나오게 생겼다. 현지 업계 자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대중국 수출 급증(쇠고기는 올해 2배 이상, 닭고기는 68% 각각 증가)으로 스테이크 가격이 1년 전보다 51%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들은 아직 큰 가격 변동을 느끼지 않지만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높다.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등 일부 농산물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달 미국시장에서 돼지고기 12월물 가격은 4.5% 올랐다. 미국 육류업체들은 유럽과 남미 경쟁자들이 중국 수요에 호황을 누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타이슨푸드와 스미스필드푸드, 샌더슨팜 등 현지 육류업체 관계자들은 중국의 수입 폭증에 따른 글로벌 육류 공급 압박으로 가격이 올라 자신들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은 지난해 1220억 파운드(약 5443만 t)의 돼지고기를 소비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총 소비량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이전에는 이런 막대한 소비량 대부분을 중국 자체적으로 조달했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불가능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이 전년보다 최대 357억 파운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돼지고기 교역량의 거의 배에 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