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미국에서 인기 있는 레버리지 론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라는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으로 형태를 바꿔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레버리지 론 시장이 흔들리면 전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레버리지 론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움직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7월 이후 마케팅 기업인 골든히포, 헬스클럽 운영업체인 라이프타임 등 최소 5개사의 레버리지 론 신규 대출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이 시장의 취약성이 부각됐다.
레버리지 론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더블B 등급 이하)인 기업을 그 대상으로 하며 소비재나 IT 기업 이용이 많다. 기준이 느슨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로 쓰였다. 이율도 높아서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레버리지 론 신규 대출 규모는 2017년에 6169억 달러로, 금융위기 전 최고치였던 2007년의 5318억 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도 그 규모는 528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신규 대출 규모가 약 9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레버리지 론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380억 달러(약 45조 원)의 자금이 순유출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최고경영자(CEO)는 “경기둔화로 기업이 부채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도산이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금리 저하로 대손 위험과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레버리지 론 유통 수익률 지표는 현재 약 5.8%로, 지난해 말 대비 1%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변동 금리여서 금융완화 영향을 받고 있다.
품질 저하도 심각하다. 최근 신규 대출의 80%를 채무자의 의무조항이 느슨한 ‘코버넌트 라이트 론(Covenant Lite Loan)’이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노리면서 위험관리가 방만해진 영향이다. 금융위기 직후에 코버넌트 라이트 론 비중은 전체 레버리지 론에서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레버리지 론이 ‘CLO’라는 증권화 상품으로 모습을 바꿔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 상품은 금융위기 진원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증권화 상품과 마찬가지로 ‘계층화’라는 수법을 사용한다. 많은 채권을 하나로 묶은 뒤 채권 전체에서 발생하는 원금과 이자 지불액을 받는 우선순위에 차이를 둔다. 이렇게 하면 가장 위에 있는 ‘시니어’는 트리플A 등 높은 신용등급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손실이 정도 이상으로 커지면 이런 시니어 계층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증권 규모는 약 1조7800억 달러에 달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CLO도 현재 약 6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고위험의 레버리지 론에서 돈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은 유례없는 글로벌 부채에 대한 경계심이 점차 강해지는 징후라고 신문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