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그리고 전에 없던 ‘블랙스완’ 위기는 항상 일어났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레이트 리세션(Great Recession·대침체)’으로도 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진주만 공격, 9·11 테러 등이 블랙스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1997~1998년 외환위기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등도 그동안 내다보지 못했던 사태라는 점에서 블랙스완으로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부자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자문사 고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블랙스완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생존 바이블’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등 시장의 혼란은 물론 전력망과 금융시스템, 수도시스템 등을 노린 사이버 테러, 대도시를 겨냥해 방사성 물질을 퍼뜨리는 ‘더티 밤(Dirty Bomb)’, 초대형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 등 새로운 유형의 블랙스완 이벤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발생할 경우엔 막대한 피해를 미치는 블랙스완은 시장은 물론 현실에도 존재하는 위험인 것이다.
오버마이어우드인베스트먼트의 월리 오버마이어 공동 회장은 “약한 수준의 블랙스완 이벤트라 하더라도 S&P500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의 22배에서 10배로 폭락할 정도의 시장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시장 상황은 걱정거리 중에서 가장 사소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세장에는 모든 투자자가 리스크에 관대하다. 재난 상황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얼마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매리너웰스어드바이저스의 발레리 뉴웰 수석 고문은 “새로운 고객이 잠재적으로 발생할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지 않다면 가장 먼저 폭탄이 터지고 시장이 25% 하락하면 어떻게 반응할지를 물어본다”며 “이를 통해 리스크에 대한 고객의 진짜 생각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케인앤더슨루드닉자산운용의 스퍼즈 파월 전무이사는 “경험 많은 투자자들도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면 이성을 잃어버리기가 쉽다”며 “그만큼 평소에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 두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버마이어 회장은 “리스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거듭 강조했다.
WSJ의 인터뷰에 응한 모든 투자자문은 최소 2년(오버마이어는 3년) 이상의 지출을 충당하기에 충분한 금액을 은행 예금 등으로 수중에 가까운 곳에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 일치했다. 다양한 만기의 국채,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 지방채 등으로 구성된 채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이들로부터 나오는 상환액이나 이자가 은행 계좌에 입금되도록 해 두는 것도 좋다. 뉴웰은 “위기가 오면 자금이 미국 국채나 달러화로 피난을 올 것”이라며 “핵심 포인트는 향후 몇 년간 어떤 나쁜 일이 벌어지더라도 주식 한 주도 팔 필요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길게 보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전무이사는 “약세장은 평균 13년간, 강세장은 8.9년 계속된다”며 “투자 결정을 할 때 항상 당장의 움직임보다 이런 사실에 따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8~09년의 증시 폭락도 생애 최대 투자 기회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시장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지진과 같은 블랙스완 이벤트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WSJ는 집이 피난처라면 최소 3일분의 물과 음식, 발전기, 연료, 정수 필터, 의약품 등을 항상 비축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