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이날 새 에너지 장관에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왕자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알-팔리가 기업공개(IPO)를 앞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 회장에서 해임되고, 빈 살만 왕세자 측근 야세르 알 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회장으로 교체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로써 알-팔리는 사우디 정권에서 완전히 영항력을 상실하게 됐다.
WSJ는 알-팔리의 퇴진과 빈 살만 왕세자의 이복 형인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왕자의 임명을 두고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정책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 재정이 악화하자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원 다각화를 골자로 한 경제개혁안 ‘사우디 비전 2030’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내부 도전으로 개혁안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람코 상장도 개혁의 일환이었다. 알-팔리는 아람코의 IPO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지지하면서도 그 규모를 축소하거나 지연시키려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그에게서 아람코 회장 자리는 물론 에너지 장관직까지 박탈해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계획들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일부 사우디 관리들은 WSJ에 말했다.
아람코는 내년 또는 2021년을 목표로 지분의 5%를 국내외 증시에 상장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PO를 추진하고 있다. 원래 지난해 하반기로 예정됐다가 공모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뤄졌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IPO로 조달한 자금을 ‘비전 2030’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인사를 두고 사우디 정부 내에서는 동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왕족 일원이 에너지 장관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우디는 석유 정책과 관련, 왕족과 민간 전문가가 적절히 견제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게 오랜 전통이었다. 이에 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에너지부 장관에 왕족 일가의 임명을 피해왔으나 이번에 그 불문율을 깬 것이다.
다행히 새로 에너지 장관에 임명된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왕자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는 30년 이상 산업에너지·광물부에서 근무하고 에너지 문제 담당 국무장관으로 일하는 등 오랜 경험을 쌓아서다.
다만 국제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크다. 사우디가 예산을 균형 있게 편성하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84달러 선은 유지돼야 하는데 배럴당 60달러 밑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우디가 감산 폭을 늘려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