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이 강공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여론전이 아닌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따지자”며 확전을 자제하던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 소송을 예고하자 적반하장격 행위라고 비난하며 법적 조치 확대까지 검토하겠다는 경고장을 날렸다.
LG화학은 3일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에 대한 추가 입장문을 통해 “경쟁사의 당사 비방 및 여론 호도 행위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하려 했으나,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다시 한번 정확한 설명과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핵심 인력을 빼내가며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며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6월 국내 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말 ITC에 LG화학은 물론 LG전자까지 ‘특허 침해’를 이유로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비방과 여론호도 등 ‘적반하장’격 행위들을 통해 소송의 본질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는 당사의 기술과 영업비밀을 활용해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벌여왔다”며 “이러한 부당 행위를 저지른 것은 사익 추구를 위한 목적임이 명백함에도 당사가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제기한 정당한 소송을 ‘국익훼손’이라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LG화학은 “분명히 밝히지만 그 동안 경쟁사는 대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했을 뿐, 소송의 당사자인 당사에는 단 한번도 직접적인 대화 요청을 해온 바가 없다”며 “경쟁사는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당사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함께 “특허소송을 통해 LG 배터리 사업 지장 불가피” 등의 엄포성 발언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허 침해 제소와 같은 본질을 호도하는 경쟁사의 행위가 계속된다면 경쟁사의 소송제기가 근거 없음을 밝히는 것을 넘어,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법적 조치를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측이 잘못을 인정한다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만나는 최고경영자(CEO)급 손해배상 논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 관련 소송에서 당시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었던 권영수 LG 부회장과 김홍대 SK이노베이션 소형전지사업부장이 전격적으로 합의를 하며 소송이 일단락된 것처럼 이번 소송 역시 대화를 통한 종결 가능성이 있다고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양사의 강대강 대치가 심화되고 있어 대화의 장이 실제로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SK이노베이션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그러나 소송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들고 와서 대화를 하자는 경쟁사의 태도에 진정한 대화 의지가 담겨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 “프리뷰 중으로 곧 승인이 날 것”이라며 “특정하고 명백한 특허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LG화학의 추가적인 소송 검토에 대해서 “우선은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