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반면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세계 3위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97.7%로 세계 7위로 높았다.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는 세계 16위로 상위권이며 최근 이자보상배율, 자본 대비 부채비율 등 관련 지표가 나빠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국제결제은행(BIS)의 비금융부문 신용통계를 이용해 43개국 대상으로 ‘정부·가계·기업 GDP 대비 부채비율 국제비교’를 실시한 결과 정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자국통화 기준)는 2000년~2018년 한국이 연평균 14.4%로 아르헨티나(29.2%), 중국(17.9%)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38.9%로 43개국 중 32번째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정부부채는 위기가 닥치면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미래 위기 대응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부채를 평상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한국의 지난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38.1%)은 위기를 경험한 영국,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 4개 선진국의 위기 전 정부 부채비율 평균(41.5%)과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의 연금·의료지출이 급증하며 정부부채 분석에서 미래 재정을 갉아먹는 고령화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2050년 개별국가의 연금·보건의료지출 증가를 추정해 고령화에 따른 ‘정부 잠재부채’를 산출한 결과 세계 42개국의 고령화에 따른 정부 잠재부채는 GDP 대비 77.4%이다.
한국은 이 비율이 159.7%로 세계 평균의 2.1배 수준이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브라질(248.1%)뿐이다. 재정위기 불안이 큰 이탈리아(88.0%), 아르헨티나(77.9%) 등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한경연은 “이 결과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기 때문”이라며 “‘잠재부채’는 국채와 달리 지급시기·금액이 확정되지 않고, 지출에 대비해 연금자산을 축적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부부채’와는 구분되며 ‘잠재부채’가 미래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고 정부부채를 밀어올리기 때문에 사전대비를 위해 ‘정부부채’와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해 한국이 97.7%로 43개국 중 7번째로 높았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도 2000년~2018년 한국이 연평균 9.8%로 15번째로 빨랐다.
한국의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지난해 12.45%로 BIS가 통계를 제공하는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DSR은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로, 값이 높으면 빚 상환부담이 크다는 의미이다. 한경연은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워낙 많이 늘어나 가계 DSR이 최근 올랐다”고 설명했다.
세계 43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는 2017년 95.5%에서 2018년 94.0%로 하락했다. 반면, 한국은 98.3%에서 101.7%로 상승해 세계 16위로 올랐다. 여기에 더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창출력이 떨어지고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0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7년 32.3%에서 2018년 35.7%로 올랐다. 영업이익으로 부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의미이다.
올해 상황은 더 안 좋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7.1% 감소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 비중이 작년말 13.8%에서 올해 2분기말 17.3%로 올랐다.
한경연은 “한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이 세계 16번째로 높고 기업부채와 연관된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어 상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부채가 좁게 보면 세계 32위로 낮지만, 2000년대 들어 정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세계 3위”라며 “정부부채는 위기 시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 실장은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부채가 거의 100%에 육박하는데, 지금 같은 경기하강 국면에서 과도한 부채는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신용위험을 키워 거시경제 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민간부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