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반도체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랠리를 주도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보잉과 캐터필러 등의 실적 부진으로 전일 대비 0.29% 하락했지만 S&P500지수는 0.47% 상승한 3019.56로, 나스닥지수는 0.85% 오른 8321.50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S&P500과 나스닥은 반도체 관련주의 랠리에 힘입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반도체 대기업 30개사의 주가를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이날 3.1% 급등한 1622.02로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폭은 지난달 26일 이후 가장 컸다. 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40.4% 뛰었다.
이날 반도체 업종 랠리를 이끈 것은 기업 실적 호조였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테라다인은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실적이 시장 전망을 웃돌고 강력한 매출 전망도 제시하면서 이날 주가가 무려 20.5% 폭등했다. 테라다인은 지난 2분기 순이익이 9740만 달러(주당 55센트)였으며 조정 후 주당순이익(EPS)은 66센트로 시장 전망인 61센트를 웃돌았다. 테라다인은 이번 분기 매출 전망을 5억4000만~5억80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5억3890만 달러를 넘는 것이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출하면서 주가가 7.4% 뛴 129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TI의 지난 2분기 EPS는 1.36달러로,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 1.22달러를 웃돌았다. TI는 3분기 EPS가 1.31~1.5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망은 1.38달러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은 도이체방크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각각 2.2%, 2.5%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 호조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재개와 공급 과잉 해소 기대감이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풀이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소규모 협상팀이 다음 주 중국 상하이를 방문할 예정이다. 미중 고위급 협상 대표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것은 지난 5월 초 협상이 결렬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제프리스의 마크 리파시스 애널리스트는 “TI 실적은 올해 내내 반도체 업체를 괴롭혔던 재고 문제가 완화할 조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코어의 C. J. 뮤즈 애널리스트는 “지난 분기는 하강 주기의 세 번째 분기였다고 TI 경영진이 말한 것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일반적으로 반도체 업종 하강 주가는 4~5분기 동안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러셀 트레이드스테이션 부사장은 “반도체 종목은 시장에서 가장 변동성이 높고 흥미로운 부문 중 하나”라며 “그들은 새로운 기기와 혁신에 대한 모든 흥분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제품 주문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둔화 우려가 보이면 추락하는 등 많은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 관련 수요에 대한 기대도 올해 반도체주 강세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