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속에서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발표에 이목이 쏠린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연말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개별 기업들이 느끼는 상황과 대응책이 이번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를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발표와 기업설명회가 줄을 잇는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현대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 50조 원을 돌파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0조9534억 원, 2조62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8.1%, 영업이익은 26.4% 늘었다.
상반기 신차 판매는 2011년 이후 가장 저조한 반면, 제네시스를 포함한 고급차와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SUV가 많이 팔리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우호적인 환율과 재고 처분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 역시 2017년 이후 다시 4%대를 회복했다.
23일부터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을 시작으로 전자 업계의 2분기 실적발표가 줄을 잇는다. 삼성전기는 24일 실적발표와 기업설명회가 예정돼 있고, 삼성SDI와 LG전자는 30일 상반기 성적표를 공개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25일과 31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2분기 경영실적 발표 및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일본을 방문중인 이석희 사장이 어떤 묘책을 가져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사장은 지난 21일 일본 현지 협력사들을 만나 반도체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출국, 기업설명회 전에 귀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한 이 사장을 주축으로 더욱 정교한 대응전략이 수립되고, 이 전략의 일부분이 기업설명회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고순도 불화수소 수급에 주력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국산 불화수소는 순도 면에서 품질이 떨어진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다음 주 기업설명회를 여는 삼성전자는 일본을 다녀온 이재용 부회장의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이 발동된 상황에서 하반기 반도체 생산 계획 등을 큰 틀에서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반도체 공장 확장설에 대한 속내도 내비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계획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 문제와 글로벌 서버 업체들의 투자 집행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진행상황을 공식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일본산 불화수소를 대신해 국내 제품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