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억만장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8일(현지시간) 기소됐다. 엡스타인은 이미 미성년자 성범죄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또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트럼프도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지난 6일 20여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 한 혐의로 뉴저지 테터보로 공항에서 체포됐다.
엡스타인을 기소한 뉴욕연방검찰은 “엡스타인은 뉴욕 맨해튼과 플로리다 팜비치를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미성년 소녀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들을 접촉했고 이들이 18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엡스타인이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마사지를 명목으로 소녀들을 모집한 뒤 이들을 만나서는 수위가 높은 성적인 행동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엡스타인은 11년 전에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종신형 선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당시 검사와의 감형 협상(플리바게닝) 끝에 이례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감형 협상에 관여한 검사 중에는 현재 미국 노동부 장관인 알렉산더 어코스타가 포함돼 있었다.
마이애미의 한 언론은 엡스타인이 정치 및 법조계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엡스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국의 앤드루 왕자 등과도 두루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에 관해 “멋진 녀석”, “같이 어울리면 정말 재미있다”고 표현하면서 “그는 심지어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편이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매매 관련 조사에 공공부패조사팀이 투입됐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엡스타인 사건이 단순 성범죄 관련 수사를 넘어 정치 스캔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징역 45년이 선고될 수 있다.
한편, 올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연방 판사는 2008년 당시 검찰이 플리바게닝을 거쳐 엡스타인을 불기소 처분하기에 앞서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이들이 반대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것은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규정한 연방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