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입법 분석 上] ‘개점휴업’ 국회서 쏟아진 3126개 법안…조세특례제한법만 65건

입력 2019-07-01 18:14 수정 2019-07-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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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의원 85건 발의 ‘1위’... 한 건도 발의 안 한 의원 26명... 김무성 의원, 20대 국회 통틀어 0건... ‘실적 부풀리기’ 의도 비판도

올해 상반기 3000개가 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록으로 역대 최대다.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는 되레 활발해진 것이다. 올해 법안 발의가 ‘0건’인 의원은 26명이었다. 이 중에는 20대 국회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제출하지 않은 의원도 있었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에 발의된 법률안은 총 3126건이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유사 법안을 병합해 발의한 법안이 70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66건이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2990건은 의원 발의 법안이다. 지난 6개월간 의원 한 사람당 한 달에 1.7개씩, 평균 10개의 법안을 발의한 셈이다.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활동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대 국회 초반인 2017년 상반기 2586건과 이듬해인 2018년 2651건에 비해 각각 15.6%, 12.8% 증가했다. 국회의 4년차 상반기 수치와 비교하면 증가세를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17대 국회(2007년 상반기) 당시 의원발의 법안은 842건, 18대 국회(2011년 상반기)에서는 1464건이었다.

법안 실적은 의원별 편차카 컸다. 가장 많은 법안을 양산한 의원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85건이다. 전체 의원 평균치의 약 9배에 달한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총 8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50건)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41건)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38건)△신동근 민주당 의원(37건) △윤일규 민주당 의원(36건) 등이다. 모두 12명이 30건 이상을 발의했다.

정당별로도 차이가 컸다. 한 사람당 법안 발의 건수가 가장 많은 정당은 민주평화당이었다. 소속 의원 14명이 총 252개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평화당의 1인 평균 발의 법안은 18건으로 전체 평균의 2배에 가까웠다. 뒤이어 더불어민주당 1인당 12.1건(총 1546건), 바른미래당 10건(총 290건), 자유한국당 7.4건(총 841건), 정의당 5.5건(총 33건) 순이었다. 기타 정당과 무소속 의원 11명의 법안 발의 건수는 평균 3.1건(총 28건)이었다.

통상 법안 발의 실적은 의원의 성실성과 전문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의원들이 성실한 의정활동을 했다면 반길 일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법안 발의 건수가 증가한 데는 일부 의원이 외부 평가 등을 의식해 실적을 부풀리는 데 치중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출된 법안을 보면 기존 법안에서 용어 하나만 바꾼 유사 법안을 무더기로 만들어내거나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거의 베껴 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법안을 지나치게 많이 찍어내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체 국회의원 11명 중 1명꼴인 26명은 올해 제출한 법안이 ‘0건’이었다. 장관을 겸직하거나 구속 상태에 있어 입법활동이 어려운 7명의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19명의 법안 발의 실적이 전무였다. 특히 김무성 의원은 올해뿐 아니라 20대 국회 전체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은 유일한 의원이었다. 법안 발의가 없는 의원 가운데는 주로 추미애, 정우택, 김무성, 정진석 의원처럼 ‘중진 이상급’ 의원이 많았지만 손혜원, 정종섭, 김종대 의원 등 초선의원의 이름도 눈에 띈다.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건수는 선수(選數)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주로 선수가 낮은 의원이 활발했다. 139명 초선의원은 1인당 평균 11.4건, 66명 재선의원은 평균 12건을 발의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3선의원(46명)과 4선의원(33명)의 평균 발의 건수는 각각 6.7건, 6.1건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오히려 5선의원(9명)이 7.8건, 6선의원(5명)이 7.8건으로 제출한 법안이 더 많았다. 7선의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8선의 서청원 의원도 올해 상반기 각각 1건씩의 법안을 발의했다.

올해 가장 많이 발의된 법안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으로 총 65건이 발의됐다. 3월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경쟁적으로 관련 법안을 낸 것이다. 형법 개정안도 27건이었다.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GHB 등 약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짐에 따라 이른바 ‘버닝썬 방지법’이 잇따른 영향이다. 또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방세특혜제한법(17건), 지방재정법(10건), 지방자치법(18건) 등 의원들이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내용을 담은 법안 발의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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