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제품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조립하던 전문가용 PC ‘맥프로’ 신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미국을 떠나 중국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대만 콴타컴퓨터와 계약을 체결하고 맥프로 신제품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애플은 그동안 플렉스가 운영하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맥프로 기존 모델을 생산해왔다. 맥프로는 애플이 미국에서 생산해 온 유일한 제품이었다.
맥프로 생산의 중국 이전에 대해 애플 측은 “맥프로 신모델은 미국에서 설계 및 디자인되고 미국 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들어간다”며 “최종 조립은 전체 제조공정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애플 대변인은 “애플은 미국의 30개 주에서 생산하고 있고 지난해에만 9000개의 미국 공급업체들과 6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WSJ는 애플에서 맥프로의 비중이 크지 않지만 이를 어디에서 생산하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해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문제삼아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의 이번 결정은 의외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는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애플이 가격 인상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 뿐이라며 애플을 압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애플이 맥프로 생산을 중국에서 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 고려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부품 공급업체들이 상하이에 몰려 있어 운송비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플렉스가 운영하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세제 혜택을 받는 ‘텍사스 엔터프라이즈 존 프로젝트’(Texas Enterprise Zone project)로 지정을 받아왔는데 이 특별지위가 이번 달 종료되는 것도 영향을 줬다고 WSJ는 설명했다.
또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인력 운영 및 수급 문제도 지적됐다. 제조 관리 책임자 출신인 앨런 핸러핸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오스틴 공장의 근로자 가운데 80%가 하루 8시간 노동에 최저임금을 받는 계약직 근로자들”이라면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음 교대 근무자들이 오기도 전에 일손을 놔버린다”고 지적했다. 핸러핸은 “애플이 결국 미국에서의 생산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행을 선택한 애플을 두고 폴 개그넌 IHS마킷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의 생산비용도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국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애플은 지난달 3일 미국 새너제이 매키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대회 2019’(WWDC 19)에서 전문가용 고사양 데스크톱인 맥프로를 공개하며 맥 프로 신모델을 연말부터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