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담판’을 앞두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오는 28~29일 열리는 G20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전통적 동맹인 미국이냐 상업·경제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이자 미래 국익과도 연결된 중국이냐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으나 그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24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에서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그는 일본과 러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인도 호주 중국 등 총 8개국 정상과의 별도 회담이 잡혀있다. G20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특히 회의 둘째날인 29일에는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이 잡혀 있는데, 두 정상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무역 문제에서 어떤 해법을 찾을지가 주목된다.
시 주석은 G20에 앞서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동했다. 이에 G20에서 북한 비핵화 이슈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에서도 설 수 없게 된 아태 주변국들이다. SCMP는 특히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이면서 중국과는 강력한 무역 파트너인 한국이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항의 제스처로 한국에 남중국해로 군함을 보내라고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위협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또 한국은 화웨이테크놀로지와 한국 기업의 거래 금지 요구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위협은 남중국해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명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그러나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은 다르다. 이는 집 뒷마당에 불이 난 것처럼 한국의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과의 교역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아태 지역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적절하게 발을 걸치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 될 신세가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중 유일한 G20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글로벌 무역질서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인도도 애매한 상황이다. 미국이 최근 인도를 일반특혜관세(GSP)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 G20에서 미국과 일본, 다른 한 편으로는 러시아, 중국과 각각 3자 회담을 갖는 등 논란을 피하려 한다.
러시아는 중국과 북한, 이란 문제에 있어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최근 시 주석의 방러에 화웨이를 5G 주요 공급업체로 선정하는 등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와 만나 핵무기 통제 등 민감한 이슈를 논의해야 하는 등 자국 이슈 처리하기에도 바쁜 상황이다.
호주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파이브아이즈의 일원이지만 중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미·중 양국 중 어느 편을 고를 필요가 없다”며 “한 쪽은 친구이며 다른 한 쪽은 고객”이라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