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기업 디폴트 건수가 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고 2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연간 기준으로 100건 내외로 3년 만의 최고치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 자금조달 환경의 악화로 세계 경기가 하강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을 수 있다고 신문은 경종을 울렸다.
지난해 디폴트 건수는 상반기에 45건이었고 연간으로는 82건으로 2014년(60건) 이후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6년에 163건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이 미국과 유럽의 외식·소매업체들이다. 아마존닷컴을 필두로 한 인터넷 소매혁명에 이들 업종에서 경영난이 더욱 악화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백화점 등의 파산이 9건으로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S&P는 지난 11일 미국 고급 백화점 체인 니만마커스(Neiman Marcus)의 신용등급을 종전 ‘CC’에서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로 강등했다. 니만마커스는 인터넷 쇼핑몰 보급 등으로 실적이 악화, 채무상환이 어려워지자 부채 및 우선주 등을 교환하는 채무 재조정을 실시했다. 이에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S&P는 “니만마커스 채권자들이 원래 약속했던 것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됐으며 회사의 현 재무상황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셰일업체들의 디폴트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2016년의 30달러 대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자금 조정에 셰일업체들이 경영난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 실시했던 공격적인 유전 개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 언론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셰일업체 10곳 중 9개사 꼴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부진이 올해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의 집계에서 미국증시에 상장된 29개 셰일업체 중 7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추와 주주 배당금 등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보다 많은 상황에 빠졌다. 그 결과 이들 셰일업체의 지난해 총 과잉지출은 66억9000만 달러(약 7조7838억 원)에 달했다고 모닝스타는 분석했다.
기업 디폴트로 인해 채권 투자자들과 은행들이 손해를 보게 되면 새로운 투자에 신중해진다. 이에 이들이 기업에 더 높은 이자 지급을 요구하게 되면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실적이 부진해져 경기 하강 압력이 커지게 된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발표한 ‘글로벌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네 배 급증하는 등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기업 자금조달 환경이 다소 개선돼 급격한 디폴트 증가가 억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