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사 선임권’ 표류...금융당국, 해외사례도 없어 ‘갈팡질팡’

입력 2019-06-04 05:00 수정 2019-06-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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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 현황 공시 일원화 난항...보수 책정도 논란

손해사정사를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개선책이 답보 상태로 표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편’ 위탁손해사정사와 ‘소비자편’ 독립손해사정사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소비자는 손해사정사 현황을 보고 골라야 하는데 공시 확대 방안도 찾지 못했다. 전 세계 유례없는 첫 시도라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사례도 없는 상황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업계와 구성된 손해사정 개선 TF 회의 자리에서 “손해사정법인협회(위탁손해사정사)에 계약돼 있는 회사들의 정보도 한국손해사정사회(독립손해사정사) 공시에 등록하게끔 보험사들이 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 제도권 밖에 있는 위탁손해사정사에 공시를 강제할 권한이 없으니, 계약 관계에 있는 보험사들이 나서달라는 요청이다. 위탁손해사정사는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손해사정 업무를 하는 곳이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업무를 보험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고, 그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손해사정 업체를 고를 수 있도록 공시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당국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편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 업체를 일원화해야 한다. 문제는 당국의 제도권 밖에 있는 손해사정업체는 이렇다 할 공시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일부 업체의 공시만 볼 수 있고, 소비자들은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없게 된다. 손해사정사회는 손해사정 업계에서 보험업법에 따라 설립된 유일한 사단법인 단체여서 당국의 기준대로 공시의무를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손보협회보단 금융위의 제도권 내에 있는 한국손해사정사회로 한데 모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다만 일부 위탁손해사정사 업체 중에는 회사 상황에 대한 공시 자체를 꺼려하는 곳이 있고, 공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제도 개정에 걸림돌은 또 있다. 손해사정사 보수 책정 문제다. 현재 보험업법시행령에는 보수기준표가 경쟁 제한 요소라는 이유로 삭제된 상태다. 보수 가이드라인을 지정해도 가격 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업계는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시간당 8만 원으로 정해놓으면 6만 원으로 받던 손해사정사는 더 비싸게 받을 것이고, 9만 원으로 받던 곳은 적게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손해사정 업계 입장에서는 오롯이 시장가격에 맡겨버리면 추후 보험사의 ‘갑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정비요금처럼 당국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손해보험사 등과 자동차 정비업자 간의 보험정비요금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적정한 정비요금을 공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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