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은 1일(현지시간)부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초 추가 관세 인상을 발표하고 나서 새 조치가 적용된 중국 화물선이 이날 처음으로 미국 항구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해당 화물선은 타이어와 치실 등 각종 물품이 실려 있다며 추가 관세가 결국 미국 가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미국의 2000억 달러(약 238조3000억 원) 규모 대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에 대응하는 600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이날 발동했다.
양국의 무역 마찰은 이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오히려 강경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화웨이테크놀로지 제재를 겨냥한 듯 전날 자국의 국익에 해를 끼치는 외국기업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정부가 화웨이 소포를 무단으로 미국에 전송한 미국 물류 대기업 페덱스 배송 체제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에 압력을 가하려는 목적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트럼프는 중국은 물론 동맹국이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들에 대해서도 복합적으로 무역 충돌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멕시코다. 미국은 불과 8개월 전 멕시코, 캐나다 등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해 이웃나라와의 무역 갈등을 봉합하는 듯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불법 이민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며 6월 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5%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10월 1일까지 이를 최대 25%로 순차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서치 업체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멕시코는 현재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올해 1분기 양국의 교역액은 1500억 달러 이상이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해 7월 무역 휴전에 합의하고 나서 지금까지 협상이 난항을 겪어 새로운 무역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유럽 측에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유럽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무역 장벽 유지를 정당화하고 있다. 지난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스트가 대거 세를 불려 전망은 더욱 어둡다.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인 인도에 대해서도 전날 새로운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5일부터 인도를 개발도상국의 일부 상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는 일반특혜관세(GSP) 대상국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앞서 지난달 중순 터키도 GSP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