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을 검토 중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이하 FCA)과 프랑스 르노로 인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차(車)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주요시장에서 이들 연합군이 현대기아차의 만만찮은 적수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미래차 분야에서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자동차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FCA와 르노 합병법인의 출범은 향후 5~6년 사이 한국차업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FCA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100%로 가정했을 때 △원가절감(40%) △연구개발(R&D) 효율성 제고(30%) △제조 효율성 증대(20%) 등이 90%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의 합병 이후 전체 플랫폼의 20%가 줄어들고 엔진 라인업 역시 30% 축소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다. 본격적인 효과는 6년내 가시화될 것이라고 FCA는 전망했다.
당장에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주요시장 곳곳에서 FCA-르노 연합군과 경쟁하게 된다.
FCA는 북미와 남미 시장에서 강세이고, 르노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중국에서 강점을 지녔다. 두 브랜드 모두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중소형차를 앞세운 대중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현대기아차는 북미와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닛산 중소형 모델과 경쟁 중이다.
유럽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피아트와 르노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북미 시장에서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와 힘겹게 경쟁 중이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이들 연합군이 갖추게 될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주시해야한다.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변방으로 취급받아온 FCA는 르노와 합병으로 인해 단박에 친환경 전기차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르노는 분기당 전기차 판매 1만3000대를 기록 중이다.
거꾸로 자율주행차 기술에서는 FCA가 앞서 있다. FCA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Waymo)와 파트너십을 맺고 일찌감치 관련 분야 기술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에서는 르노가, 자율주행차에서는 FCA가 각각 기술력과 시장 선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는 셈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미래차 개발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 조정 △플랫폼 통합 △친환경차 기술동맹 △파트너십 체결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 중이다.
FCA-르노 연합군이 향후 관련 기술을 공유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논리에 따라 원가 하락을 앞세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얻은 수익이 R&D에 재투자되면 더욱 강화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메이커들은 거대 연합군과 맞대결이 불가피한 가운데 적절한 대응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합병을 통해 (FCA-르노)연합체가 다양한 지역과 차종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드와 혼다, 푸조와 같은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 경영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