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기업과 중국 화웨이 간 거래를 사실상 금지시키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더욱 격렬해지는 가운데, 양국 간 갈등이 조만간 콘텐츠 산업으로도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미국 게임주들이 일제히 급락한 것에 주목, 미·중 간 갈등이 곧 콘텐츠 산업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년 전 한국 정부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북 상주에 주한 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강행했을 때도 중국 정부가 한한령 등 다양한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주가는 전날보다 5.99%, 일렉트로닉아츠는 4.70% 각각 급락했다. 장중 한때는 각각 6.6%, 5.1%까지 밀렸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최근 펴낸 연례 보고서에서 “미중 간 무역 제한이 확산하면 회사 사업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영화나 게임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게임을 판매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면 게임 영업 허가가 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분위기는 드라마 산업에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미국 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최종회는 중국에서 방영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HBO 측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방영권을 가진 텐센트의 왕좌의 게임 방영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월 20위안(약 3444원)의 이용요금을 물어내라는 항의 글의 폭주했다. 일부 사용자는 텐센트 앱을 삭제하고 계정까지 해지했다.
뉴욕타임스는(NYT) 미국과 중국의 ‘기술 냉전(tech cold war)’으로 중국이 온라인에서 ‘철의 장막(Iron Curtain)’을 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와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대중 문화를 이용했다. 지난주에는 미국과 관세 갈등이 격화하자 정규 방송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반미(反美)를 주제로 한 영화를 내보냈다.
마크 냇킨 마브릿지컨설팅 이사는 “중국이 영화 및 TV 콘텐츠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