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과 주휴수당 단계적 폐지를 통해 4년간 54만1000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과 소득 분배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제도 유지시 4년간 62만명 고용 감소=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최저임금 차등화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통해 생산성이 낮고 최저임금 영향율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고용감소는 4년간 16만 5000명에 그쳐 총 46만 4천개의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주휴수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경우 추가적으로 7만 7000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최저임금으로 해고된 근로자가 다른 업종으로 이동해 재취업 기회가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만약 법정 최저임금이 2021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산입범위 확대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1658원까지 오르게 된다. 이는 2017년(6470원) 대비 80%나 상승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승세가 이어지면 4년간 총 62만 900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거시경제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면 소비자물가는 1.78% 인상되고 GDP는 1.0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니계수는 1.77% 증가하고, 5분위 배율은 4.50% 증가하여 소득재분배가 악화되고 소득격차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한다면 소비자물가는 0.43% 증가에 그치고, GDP 감소도 0.34%에 그쳐 물가상승과 성장둔화 효과도 완화될 전망이다. 또한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도 0.28%와 0.57%로 상승폭이 줄어 업종별 차등적용이 소득재분배 악화와 소득격차 확대를 방지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임금자는 오히려 빈곤해지는 역설”=한경연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는 빈곤의 덫에 빠지고 고임금근로자가 혜택을 보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노동경직성, 영세중소기업 위주의 산업생태계, 수당위주의 임금구조 등의 구조적 특성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 기회가 낮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취업 기회가 더욱 줄어 저임금 근로자가 빈곤의 덫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저임금 근로자가 최저임금 수용성이 낮은 영세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것도 소득격차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영세중소기업은 가격인상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소비자로 전가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이들이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과 생산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
주휴시간도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과 소득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고 주휴수당까지 지급하게 되면서 노동을 포기했던 가구의 2~3차 근로자가 노동시장으로 나와 저임금 근로자를 대체하는 구축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임금체계도 최저임금이 인상시 고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고임금 근로자가 낮은 기본급으로 최저임금 대상자가 되고 이들의 임금이 인상되면 차상위 근로자의 임금도 인상되는 연쇄반응이 발생한다.
한경연은 재정확대를 통한 일자리 정책 보다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년간 54조원의 재정을 일자리 대책에 투입했고 올해도 본예산과 일자리 안정자금 등 알려진 것만 해도 32조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할 계획에 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카드회사, 임대업, 프랜차이즈업 등 관련 시장을 규제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별화와 주휴수당 폐지라는 제도개선만으로도 막대한 재정 낭비를 방지하고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라며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여 최저임금으로 해고된 저임금 근로자의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해 업종별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