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성공 신화의 주역인 디자인 팀에 세대 교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애플의 미학을 정립하고 아이폰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 개발을 주도한 디자인 팀에서 오래 근무한 베테랑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 디자인 팀의 리코 조켄도르퍼와 다니엘레 데 우리스 두 사람이 최근 퇴사를 결정했다. 둘의 경력을 합하면 총 35년이다. 이들뿐 아니라 10년 간 애플에 몸 담았던 줄리안 헤닛히도 수 개월 안에 회사를 떠날 계획이다.
조켄도르퍼는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회사를 떠난다”며 “애플의 디자인 팀에서 일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 우리스와 헤닛히는 언급을 피했다.
이들 세 사람은 2000년대에 애플을 부활시키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애플의 대표 제품 개발에 참여한 디자인 팀 핵심 멤버들이다.
WSJ는 이들의 퇴사가 애플의 신제품 발표가 끊어진 가운데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둔화하는 가운데 사업의 핵심을 하드웨어에서 콘텐츠 서비스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있다. 실제로 애플은 올해 새로운 기기보다는 새로운 정액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올 3월 이벤트에서는 TV 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하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 1위인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20여명의 멤버로 구성돼 사내에서 ‘ID’로 불리는 산업 디자인 팀은 애플 제품의 외관과 조작성 디자인을 담당하고있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 중 하나인 ‘아이폰’도 그들의 손 끝에서 태어났다. 애플은 최근 디자인 팀 직원을 충원하고 있는데, 미국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와 독립 제작사, 디자인학교 출신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베테랑 직원들의 퇴사에 따라 최근 채용된 직원들이 제품 개발에 더 큰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이다.
애플 전문 분석 사이트 어바브아발론의 닐 사이버트 운영자는 “애플에서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게 이 그룹”이라고 말한다. 그는 “산업 디자이너 그룹은 애플 단말기 사용자 경험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가족처럼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데 이견을 낼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이버트는 “팀 구성 변화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맥컴퓨터나 아이폰 디자인에서 증강현실(AR)과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