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자율주행용 컴퓨터를 탑재한 차량 생산을 시작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미 AI 컴퓨팅 기술 분야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대한 테슬라의 반도체 칩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본사에서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지금까지 칩을 설계해 본 적 없는 테슬라가 세계 최고의 칩을 설계한다는 것이 처음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 일이 벌어졌다. 지금부터 생산되는 테슬라 차는 새로운 칩을 탑재하게 된다. 자율주행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다른 칩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테슬라 자율주행 하드웨어 수석개발자 피트 배넌은 “테슬라 칩은 기존 엔비디아 시스템과 비교해 7배의 실행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칩·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자율주행용 차량 반도체 칩 부문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한다. 테슬라는 그동안 엔비디아로부터 반도체 칩을 공급받아왔으나 이번 자체 개발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테슬라는 그동안 미국의 집적회로 제조사인 AMD와 애플로부터 전문가를 영입해 칩 개발에 공을 들였다.
테슬라는 한 달 전, 모델S와 모델X에 들어가는 칩과 자율주행 컴퓨터를 자사 개발제품으로 교체했다. 10일 전에는 모델3에 대한 교체도 진행했다. 해당 칩은 삼성전자가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했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그 연장선에서 머스크 CEO는 자사 칩을 탑재한 자율주행 ‘로봇택시’ 100만 대를 내년에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설명회에서 “내년 중반까지 100만 대 이상의 무인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금부터 2년 내에 운전대나 페달이 없는 차를 만들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머크스의 이날 발언을 두고 CNBC 방송은 테슬라가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나 우버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기술 우위를 점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엔비디아는 머스크의 이날 발표에 대해 “전기차 업체가 전체 컴퓨팅 능력과 반도체 칩 하나를 놓고 비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테슬라의 칩보다 여러 개의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더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자율주행 컴퓨터에 대한 기준을 높인 점은 인정한다”고 칭찬을 보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3.8% 하락한 반면 엔비디아는 1.2%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