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에서 아라비카 원두 7월물 가격은 이날 파운드당 0.93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13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대부분의 커피 생산업자들이 손익분기점으로 간주하는 1달러에도 못 미친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생산기술이 크게 발전해 원두 수확량이 늘고 헤알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것이 원두 가격 급락의 주원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브라질은 정부 차원에서 커피 재배기술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생산성을 높이면서 중남미에서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볼카페커피리서치의 리서치 대표를 역임한 케이스 플러리는 “다른 국가들이 브라질 커피 공급 충격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브라질 원두의 가격 경쟁력도 더욱 높아졌다. 헤알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최근 1년간 12% 하락했으며 2011년 이후로는 60% 빠졌다. 원두는 달러화로 수출되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지속가능발전센터 소장은 “낮은 원두 가격은 브라질의 생산성 향상과 강달러와 그에 따른 헤알화 약세가 근본 원인”이라며 “기본적으로 브라질이 글로벌 커피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커피수출협회는 이런 분석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글로벌 아라비카 원두 수요는 매우 왕성하다. 라보뱅크에 따르면 2019~2020년 시즌 전 세계 아리비카 원두 수요는 9810만 포대(1포대=60kg)로 5년 연속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수요 증가에도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면서 커피 생산국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렉 미너헌 월드커피리서치 이사는 “원두 가격이 파운드당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농부들이 비료와 농약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 내년 수확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콜롬비아는 이달 커피 농가에 대한 지원을 증액하는 등 비상에 걸렸다.
콜롬비아커피재배협회의 호베르투 벨레즈 최고경영자(CEO)는 “선반 위에 놓인 많은 커피 제품을 보고 소비자들은 현 상황이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른다”며 “중남미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향하고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난민이 계속 유입되는 것은 바로 커피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은 원두 가격 하락이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작년 UBS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도시 카페에서 커피 가격은 평균 약 3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강한 수요는 물론 원두가 커피 원가에서 일부분만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커피 원가에는 우유와 설탕 등 원재료는 물론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 등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