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업무를 맡고 있는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후보로 CJ대한통운을 우선 거론한다.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에다 인수시 가장 큰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의 전 주인이 또한 금호그룹이었던 인연도 부각되고 있다.
15일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대기업 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곳은 CJ그룹"이라며 "CJ대한통운과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 매각 가능성이 불거진 시점부터 CJ는 몇몇 펀드들과 접촉한 것으로 안다"며 "공개 입찰에 대비해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 초대형 사모펀드 대표는 "한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매각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지만 대기업과 펀드가 조합한 모양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CJ대한통운이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되면 글로벌 특송업체 페덱스와 같은 모델을 갖출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등 육상 물류를 중심으로 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항공 물류 사업으로 확장이 가능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페덱스는 세계 3대 항공화물회사로 전 세계 22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항공 및 육로를 통합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덕분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중국과 동남아, 미국, 중남미, 유럽 등 전 세계 33개국에 121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로컬택배, 철도운송, 국제특송 등과 함께 항공기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CJ가 최근 자회사 매각을 통해 충분한 현금을 마련했다는 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CJ ENM이 보유 중이던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매각하면서 8000억 원을 손에 쥐었다. 이에 CJ그룹이 대형 M&A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CJ는 2012년 금호그룹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인수한 바 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M&A 특성상 한번 딜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라며 "CJ가 원한다면 다른 대기업보다 약간의 우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되찾아올때 CJ그룹은 5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CJ 유통사업과 아시아나간 사업 협력 가능성이 제기됐다.
시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유상증자 금액을 포함해 최소 1조 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가가 상승하면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의 가치는 5000억 원 상당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등을 고려하면 투입될 자금은 적어도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인수 후보군으로는 SK그룹과 한화, 애경그룹 등이 언급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설 당시 잠재 인수 후보 1순위로 꼽혔으며 충분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는 항공업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으며 애경그룹은 저가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대해 “원론적으로 검토하는 중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CJ나 한화그룹 관계자 역시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