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중국 정크본드(부도 위험이 높은 투자 부적격 채권) 매수세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미국 CN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크레디트사이츠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시아 지역에서 발행된 달러 표시 채권 규모는 약 2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며, 이 중 80%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에서 발행된 것이다.
작년만 해도 중국 정크본드는 투자 기피 대상이었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중국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방침, 달러화 강세 영향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그 흐름이 깨졌다. UBS 자산운용의 헤이든 브리스코 애널리스트는 “올해 우리의 가장 큰 투자 대상은 아시아 시장의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 특히 중국 부동산 회사채”라며 “시장 분위기가 작년과는 다르다. 중국의 디레버리징 전략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크본드 투자로 돌아선 곳은 UBS만이 아니다. 블랙록과 핌코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중국 정크본드 매입에 나서고 있다. 블랙록의 니라지 세스 아시아 채권 총괄은 “우리는 수개월 동안 중국 부동산업체의 하이일드 채권에 우호적 자세를 취해왔다”고 입장을 전했다.
CNBC는 이를 두고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1분기 투자 성향을 놓고 보면, 만기가 1년 미만인 정크본드를 선호하던 1년 전과 달리 만기 2~3년의 정크본드 투자를 늘렸다.
블랙록의 세스는 위험 선호도가 증가한 이유로 경제의 전반적인 배경이 바뀐 점을 지적했다. 경제 상황이 아시아 채권에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선언으로 아시아 통화와 달러 환율이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며 또 “아시아 국가들이 경기 부양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회사들이 빚을 상환하기 위해 자금을 동원하는데 제약이 덜하다”고 평가했다.
크레디트사이츠 보고서는 또 중국 정부가 작년에 기업들에 대한 채권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로 중국 기업들은 채권 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핌코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는 조치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핌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3월 보고서에서 “무역 갈등 등 외부 여건이 좋지 않아 중국 정부는 소비 촉진과 부동산 시장 완화로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핌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앞으로 활용 가능한 정책으로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신용 여건 완화, 부동산 가격 상한 인상, 주택 구매 제한 완화, 모기지 금리 인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