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공회의소가 2일(현지시간) 7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기업들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거의 멈춰 섰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이후 주택시장 부진, 자동차 생산 감소, 외국 기업 이탈, 기업 경영진 퇴진, 투자 감소 등 악재들이 줄줄이 터진 영향이다.
애덤 마샬 영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영국 의회의 교착상태는 영국 실물 경제의 급격한 둔화를 불러왔다”면서 “의회는 이를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실제 영국의 2018년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은 0.2%에 그쳤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앞으로 영국의 성장 속도가 더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경제가 이미 2% 정도 위축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경제에서 주당 8억 파운드(약 1조195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서비스 분야가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IHS마르키트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내 기업들은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채용을 연기, 이에 따라 영국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전망치인 50.9에 크게 못 미친 48.9까지 떨어졌다. 크리스 윌리엄슨 IHS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업 활동이 감소했다는 것은 영국의 GDP가 3월에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 자료로 보았을 때 영국 경제는 ‘침체기’에 근접했으며 1분기 성장률은 0.1%까지 둔화했을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이어 “서비스업과 건설업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나마 제조업의 성장세는 제조업체들이 브렉시트에 대비해 비상 비축을 하고 있어 나타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영국 모기지 업체 내셔널와이드빌딩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올 1분기 런던 집값은 작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폭이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EY아이템클럽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에 따른 영국 경제의 전반적 둔화가 소비 위축을 부른 것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감소하는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CNN은 작년 4분기 영국 내 기업 설비투자가 0.9%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원래 3월 29일자로 EU를 탈퇴하기로 했으나 여야 이견으로 인해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3일 하원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정부가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브렉시트 연기 법안은 이날 찬성 313표, 반대 312표로 가결됐다.
표결 전 테리사 메이 총리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1시간가량 회담을 해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EU는 오는 10일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영국이 12일 이전에 EU 탈퇴 협정을 승인해야만 브렉시트를 5월 22일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