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은 1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정부와 EU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대체할 4개의 대안을 놓고 의향투표를 실시했으나 모두 과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투표를 실시한 4개의 대안은 EU 관세동맹 잔류,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가입을 통해 EU와의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 참여하는 노르웨이 모델, 아무런 합의 없는 탈퇴인 ‘노 딜(No Deal) 브렉시트’나 브렉시트 취소 중 양자택일하는 방안, 의회에서 통과한 방안을 국민투표로 확정하는 것 등이다.
관세동맹 잔류가 3표차로 부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회는 브렉시트의 미래에 대해 갈피를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29일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서 세 번째로 부결했다.
이에 영국이 결국 브렉시트를 장기간 뒤로 미룰 것이라는 분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하원의원들도 경제에 극도의 혼란을 줄 수 있는 노 딜 브렉시트보다는 EU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선호하고 있다. 소프트 브렉시트로 나아가려면 장기 연기가 불가피하다.
골드만삭스의 애드리언 폴 애널리스트는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영국과 EU는 다음 ‘절벽 끝’인 4월 12일 브렉시트 방안을 재협상할 시간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협정 수정안 비준 시점은 이제 3개월 미만의 단기가 아니라 1년 이상의 장기 브렉시트 연기로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점 더 시간이 연기될수록 브렉시트가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제2차 국민투표를 통해서든 영국의 일방적인 리스본조약 제50조 적용 철회를 통해서든 ‘브렉시트 취소’ 가능성은 35%에서 40%로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EU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탈퇴협정을 가결하지 못하면 이달 12일 이전에 노 딜 브렉시트나 브렉시트 장기 연기 중 양자택일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미 영국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 이후 매주 6억 파운드(약 8916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이전 성장 경로와 비교하면 영국이 브렉시트로 치르게 된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한다”며 “만일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에 놓인다면 GDP가 5.5% 감소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17%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도 실질 GDP의 약 1%가 줄어드는 피해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