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존재감 부족 숙제
19일 취임 100일째를 맞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주도 성장에 쏠려있던 1기 경제팀의 정책 무게중심을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으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존재감 부족은 숙제로 지적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성과가 나오긴 이르지만 정책의 방향성만큼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소득주도 성장도 부정하진 않으면서도 정책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 정도면 괜찮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론 현대차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민간투자 프로젝트의 조기착공을 위한 행정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고, 지난달 11일 도심 수소차 충전소가 규제샌드박스 1호로 결정된 뒤 이날까지 산업통산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업무 중 17건이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까지 포함해 4개 부처에서 100건의 규제샌드박스 승인 사례를 만들기로 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시키는 방안이 최근 마련된 것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광주형 일자리’도 1월 협약식이 개최된 데 이어 투자자 모집과 법인 설립 절차에 들어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홍 부총리가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에서 부작용이 생기는 부분을 인식하고 있고, 그에 대한 논의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는 달라진 조직 분위기가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입장이나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과거엔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진전되지 않았던 정책이 많았다”며 “지금은 정부와 청와대 간 소통이 원활하고, 김 전 부총리 시절의 과한 긴장감도 사라져 업무 처리가 조금 더 수월하다”고 말했다.
단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홍 부총리의 존재감이 없었던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성 교수는 “내년에 총선도 있고 하다 보니 다른 정치적 이슈들이 경제정책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데, 앞으론 그 역할에 조금 더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