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중국의 부양책이 세계 경제의 새 구원투수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크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중국 지도부는 전날 막을 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감세와 인프라 지출 등을 골자로 하는 새 경기부양책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날 전인대에서는 감세와 고용안정, 사회보장 확대 등의 경기부양책을 담은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안이 2945명의 찬성과 3명의 기권, 반대표 0명으로 통과됐다.
새 부양책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증치세(부가가치세) 인하 등 기업을 위한 2조 위안(약 338조 원) 규모의 감세와 수수료 삭감을 단행한다.
철도 건설에 8000억 위안, 도로와 항만 등에 1조8000억 위안을 각각 투입하는 등 인프라 지출에도 막대한 돈을 투입할 계획이다.
감세와 인프라 지출 등 이번 경기부양책 규모는 4조6000억 위안에 달한다. 이는 2008년 말 펼쳤던 4조 위안 부양책을 웃도는 것이다.
UBS그룹의 왕타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부양책이 전 세계 다른 국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대부분 부양책 규모에 달렸다”며 “2008년 부양책이 상대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컸다”고 설명했다.
부양책을 가늠하는 또 다른 척도는 중국 재정지출의 적극성이다. UBS는 중국의 적자지출은 2008~2009년에 9.6%포인트 급증했으나 올해는 작년 대비 1.8%포인트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적극성이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경기둔화의 심각성에도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신중한 자세로 부양책을 펼치는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부채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중국의 지난해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50%에 육박했다. 10년 전에는 그 비율이 150% 미만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금융위기 당시에는 부채 증가를 감당할 여력이 있어서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 신용 확대를 용인할 수 있었다. 2009년 중국의 신용 증가율은 36%에 달했다.
반면 현재는 아무리 대출을 장려하고 싶어도 그럴 여력이 되지 못한다. 지난해 중국의 신용 증가율은 약 9.5%였다. UBS는 올해 경기부양책 시행에도 증가율이 11.5%로 10년 전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왕타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금융위기 시대의 신용 확대에서 감세와 정부지출 등으로 친성장 정책 초점을 전환했다”며 “그러나 기업들은 미래 불확실성에 감세로 얻은 이익을 지출에 쓰기보다는 유보금으로 둘 것이다. 이에 부양책 효과가 과거만큼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