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단연 ‘폴더블폰’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리관 속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의 ‘메이트X’를 보려는 얼리어댑터들의 발길이 전시 기간 내내 이어졌다고 전했다. 시장은 폴더블폰의 혁신에 환호했지만 2000달러(약 227만 원)를 웃도는 폴더블폰의 가격에 소비자가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이 자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폴더블폰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5G 콘텐츠 구현에 가장 적합한 단말기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사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5G 기술의 등장 덕분에 스마트폰 업체들이 드디어 10년도 더 된 폼팩터(제품 외형)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5G 시대의 스마트폰은 스트리밍, 게이밍, 노트북 수준의 생산성 등을 구현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필요하다”며 “폴더블폰이야말로 5G 구현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이라고 평가했다.
스웨덴 통신기기업체 에릭손의 칼 맬란더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미래에는 이동통신 기술이 5G냐 아니냐로 갈리게 될 텐데, 스마트폰 역시 접히냐 안 접히냐 이 두 가지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이 드디어 혁신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유통업체들도 폴더블폰의 등장에 기대를 내걸고 있다. 미국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휴버트 졸리 최고경영자(CEO)는 “침체기를 맞았던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활력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스마트폰 업체들이 벌일 폴더블폰 각축전을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아직 5G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은 가운데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폴더블폰이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킬지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소비자의 심판을 받는 건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 갤럭시폴드는 4월 26일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접었을 때 4.6인치의 스마트폰이 되고 펼치면 7.3인치의 태블릿이 되는 갤럭시폴드의 출시가는 현재 1980달러로 책정됐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저스틴 데니슨 전무는 “혁신기술은 항상 소비자를 자극한다”라며 “소비자 특히 얼리어댑터들은 이미 폴더블폰을 손에 넣을 준비를 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의 뒤를 쫓는 화웨이의 메이트X는 아직 정확한 출시일을 밝히지 않았다. 메이트X의 출시가는 2299유로(약 293만 원)로 책정된 상태. 접으면 6.6인치의 대형 스마트폰, 펼쳤을 때 8인치 스크린의 얇은 태블릿으로 탈바꿈한다. WSJ는 “이번 MWC는 폴더블폰 경쟁의 시작을 알렸다”며 “삼성전자와 화웨이를 필두로 지속해서 폴더블폰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에 따르면 현재 샤오미, 레노보, 오포, 모토로라 등 스마트폰업체 모두 5G 구현을 위한 스마트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