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노선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10년 만의 최대인 6210억 달러로 치솟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 수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무역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해 59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높은 수치로 수출은 1.9% 줄었고, 수입이 2.1% 늘었다. 2018년 전체를 놓고 보면 미국 무역적자는 전년보다 12.5% 증가했다. 수입이 7.5% 늘어 6.3% 증가한 수출을 넘어섰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7090억 달러를 기록했던 2008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그리고 그중 절반에 달하는 4192억 달러가 중국으로부터 나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했던 대상이 바로 중국이었다고 FT는 꼬집었다.
이번 통계는 2020년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물론 동맹국인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선언했다. 그는 이들 국가들을 미국의 무역적자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10년 만에 최고 수준의 무역적자를 보여준 통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넘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FT는 꼬집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만들어 치른 시험에서 ‘F’ 학점을 받았다”고 혹평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마구잡이식 무역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방향을 수정해 무역적자를 개선할 것인지 설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인 점이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경기 호황을 누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물건을 많이 사들인 반면 경제적으로 힘든 해외 사람들이 미국 상품을 덜 구매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의 높은 소비력이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마저 의미없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 때문에 해외 소비자들은 구매를 줄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농산품에서 그런 결과가 두드러졌다. 미국산 콩 수출이 20%나 줄어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달 펴낸 보고서에서 “생산, 고용, 수출 그리고 임금 부문의 개선”을 강조하며 “그러나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균형하고 현재 경상수지 적자는 꽤 오래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달러 강세도 미국 시장에서 외국산 상품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미국 기업들이 향후 중국산 상품에 관세가 매겨질 것을 우려해 미리 사둔 측면도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무역적자 개선이 실패했다는 게 분명해짐에 따라 정부 관계자는 무역정책을 재고하고 있고 향후 몇 년 안에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