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의회에 주어진 권한을 침해해 예산을 강탈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헌법 위반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2여개 주가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캘리포니아주가 비상사태 선포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준비하는 가운데 뉴멕시코와 오리건, 미네소타, 뉴저지, 하와이, 코네티컷주가 이 소송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법무장관 대변인도 이번 소송에 참여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네바다와 뉴욕주 등도 소송을 낼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의회 승인 없이 예산을 돌려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국경장벽 예산 57억 달러를 포함시켜 달라고 의회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야가 합의한 국경장벽 예산 13억7500만 달러에 국방부와 재무부 등에 다른 목적으로 승인된 예산 66억 달러를 끌어와 총 80억 달러를 장벽 건설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전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도 불이 붙었다. 비영리 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은 컬럼비아 특별구(DC)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가 다른 목적으로 배정된 자금을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는 트럼프의 ‘거짓’ 비상사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며 “트럼프가 처벌을 모면한다면, 그 다음 날조된 비상사태가 무엇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비영리기구인 ‘워싱턴 소재 책임성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은 법무부까지 고소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 결정 관련 법률 근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단체의 노아 북바인더 전무는 “미국 시민들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법적 근거를 알 자격이 있다”며 “법무부의 부적절한 대응은 현 행정부조차 법적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상사태의 적법성을 놓고 다수의 지방정부와 소송전을 벌일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치러야 하는 문제는 소송전만이 아닐 수 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종식시키기 위해 결의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고문은 “의원들이 선언을 종식시키기 위해 나선다면 대통령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텍사스 대학 교수 로버트 체스니는 “대통령이 90일 전에 갱신을 선언하지 않는 한, 비상사태는 1년간 지속된 후 종결된다”며 “의회는 6개월마다 비상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공동결의안을 제출할지 여부를 검토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