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는 제품 임대와 재활용 등으로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서큘러 이코노미(Circular Economy·순환경제)’ 시동을 걸고 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이전에 이케아에서 ‘서큘러(Circular·순환)’는 고객들이 자사 매장을 방문해 곳곳을 둘러보면서 사고자 했던 제품 이외 다른 마음에 드는 가구도 구매하는 것을 뜻했다.
이제 이케아는 환경보호와 자원절약 등을 결합해 서큘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케아는 이달 스위스에서 시범적으로 사무용 가구와 주방 시스템 임대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가구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나서 이후에 부담 없이 버리는 이케아의 현 사업모델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이케아 가구는 대를 물려가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트패션 의류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처럼 막 사서 쓰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환경보호가 지구촌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 ‘많이 팔수록 좋은 것’이라는 소비재 기업들의 전략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판매할수록 사용 기간은 짧아지고 그만큼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기 때문.
예를 들어 다국적 컨설팅 업체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현재 매년 약 1000억 벌의 의류가 생산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한 명당 14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서큘러 이코노미 운동을 선도하는 엘런맥아더재단은 막대한 생산과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 전 세계 사람 한 명당 10t에 달하는 원자재가 투입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진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14%만이 재활용을 위해 수집되나 실제로 재사용되는 것은 이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그친다.
이케아가 이런 과도한 자원 낭비를 막고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새로운 ‘서큘러 이코노미’ 사업모델에서 고객들이 가구를 임대해서 쓰다가 새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이케아가 기존 가구를 수선해 다른 고객에게 대여하거나 재판매할 수 있다.
이케아 브랜드를 소유한 인터이케아의 토르비에른 뢰외프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이 제품을 버리는 대신 조금 수선해 다시 팔면 제품 수명주기를 연장할 수 있다”며 “가구 임대사업 시범 서비스는 가구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재생산하고 판매하는 우리의 서큘러 이코노미 사업모델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큘러 이코노미를 위한 이케아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케아는 임대사업은 물론 고객들이 가구를 수리해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부품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이미 재활용 목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소파 설계를 변경해 안에 들어간 목재와 금속, 직물 등 다양한 재료를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소유보다는 사용에 초점을 맞춘 사업모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교세라와 제록스는 프린터 임대사업을 펼친 지 오래다. 네덜란드 카펫 제조업체 데소는 사무실용 카펫 임대·청소·유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를 3~4년씩 임대해서 쓰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에서 가구와 같은 내구재가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고 FT는 강조했다. 이렇게 서큘러 이코노미가 정착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기업들이 제품을 좀 더 튼튼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